이탈리아 국가부채 대책은?… 긴축안, 1주 앞당겨 내일까지 처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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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伊 경제위기 문답풀이

세상의 모든 길이 아닌 세상의 모든 눈이 로마에 쏠려 있다.

그동안 우려 수준에 머물러 있던 유로존 경제 3위 대국 이탈리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로존은 구제금융에 대한 언급 없이 긴축개혁의 빠른 이행만 이탈리아에 촉구하고 있다. 금융위기 국가에 ‘전가의 보도’ 역할을 해온 구제금융이라는 칼을 뽑기에는 이탈리아 빚의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Q: 이탈리아는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9, 10일 연속으로 국채 수익률이 7%대를 넘으며 고공비행을 하자 여야는 연금 개혁과 국유재산 매각 등을 담은 개혁 법안을 당초 예정보다 한 주 앞당겨 상원은 11일, 하원은 12일까지 통과시키기로 9일 합의했다. 개혁안은 △경기부양을 위한 세금 감면 △국유재산 매각으로 2014년까지 150억 유로(약 23조 원) 마련 △2026년까지 연금 지급 최초 연령 67세로 상향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Q: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치솟는 이유는….

A: 국채는 정부가 투자자에게 채권을 팔고 대신 자금을 빌리는 것이다.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없으면 국채의 가치가 떨어져 채권금리가 오르게 된다. 이탈리아 국채는 현재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주일 사이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9일 급등세를 보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유로존 최후의 대부자로 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매물로 나온 이탈리아 국채를 사들이며 금리를 낮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투자자 사이에서는 ‘ECB도 믿을 수 없다’는 불안심리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ECB의 능력이 한계에 이른 만큼 더 확실한 ‘안전장치’가 나오지 않고서는 과감하게 투자하긴 어렵다.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받는 순간 국채는 헐값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제금융의 임계점으로 불리는 ‘국채 금리 7%’를 넘자 투매(投賣)로 번졌고 이날 이탈리아 국채는 7.2%로 마감됐다. 이탈리아가 10일 발행한 1년 만기 국채 50억 유로어치의 발행금리도 무려 6.087%에 달했다. 이는 지난달 1일 발행한 1년 만기 국채 금리(3.57%)에 비해 대폭 악화된 것으로 유로존 가입 이후 사상 최고다.

Q: 왜 글로벌 금융시장까지 공포에 떨고 있나.

A: 9일 뉴욕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모두 3% 넘게 급락했다. 유로화도 전날 대비 2.1%나 떨어지면서 혼란을 부채질했다. 미국 증시 폭락을 주도한 업종은 금융업종이다. 앞으로 금융회사가 이탈리아 국채를 거래하려면 중개회사에 담보증거금을 제공해야 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 및 투자은행에 대해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의 원인은 국가부도의 여파가 금융권 어디로, 어떤 형태로 튈지 불분명한 것이 더 크다. 설령 이탈리아에 빌려준 자금이나 국채 매입액이 많지 않더라도 복잡하게 얽힌 국제금융 거래망이 문제다. 자신은 아닐지라도 거래 금융기관이 이탈리아 국채에 물릴 경우 연쇄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날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6% 넘게 빠지면서 하루에만 1억 달러를 날렸다. 모건스탠리도 7% 넘게 하락하는 등 거의 모든 은행이 하락했다. 특히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은행이 이탈리아 국채를 대거 보유하고 있고 해외 은행 소유 비율이 그리스보다 아주 높아 위기 전염이 곧바로 글로벌화될 수밖에 없다.

Q: 구제금융은 가능한가.

A: 이탈리아 국가 채무는 1조9000억 유로(약 2900조 원)로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의 공공부채를 합친 것보다 많다. 내년 한 해만 3600억 유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너무 커서 구제할 수 없는 국가인 것이다. 유로존 관리는 “재정 지원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볼루션증권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국가부채 대비 구제금융 규모를 감안할 때 이탈리아는 약 1조4000억 유로(약 2150조 원)의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ECB가 무제한 지원하고 돈을 찍어내거나 유로존 공동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독일 등의 반대로 현재로선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탈리아가 스스로 강력한 긴축재정 정책과 경제개혁을 실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Q: 앞으로 어떻게 될까.

A: 파이낸셜타임스는 10일 이탈리아 재정위기의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부채감축과 성장회복을 통해 자력 구제에 성공하는 것이다. EU 당국자들과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의 경제 펀더멘털이 그리스 등 다른 구제금융 국가보다는 훨씬 낫다고 평가한다. 부채가 많지만 연간 재정적자는 소규모이고 은행업이 건전하며 경제규모가 크고 다변화돼 있기 때문에 부채를 줄이고 경제성장을 회복하는 즉각적 개혁정책은 큰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가 강력한 긴축정책과 수출 호조로 국채 수익률(금리)이 4개월 만에 연 14%대에서 7%대로 급락한 게 좋은 예다.

두 번째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EFSF가 유동성 고갈국에 지원하는 예비적 신용공여를 이탈리아에 제공하는 것. IMF와 EFSF가 엄격한 조건을 달아 500억∼800억 유로의 크레디트 라인을 제공하면 이탈리아가 여유를 갖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액수가 작고 이탈리아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세 번째는 구제금융을 받는 것이다. 문제는 이탈리아 경제 규모가 너무 커 재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는 점이다. EFSF의 가용 재원은 2500억 유로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탈리아의 기여분 1390억 유로를 제외하면 구제금융에 사용할 재원은 1100억 유로에 불과하다.

마지막은 ECB의 전면적인 이탈리아 국채 매입이다. 그러나 독일이 특정 회원국을 위한 ECB 지원을 반대하고 있고 ECB 개입으로 해결하기엔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독일 총리 경제자문기구인 ‘5현자(賢者)위원회’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2조3000억 유로 규모의 유로채무공동보증기금 구축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상은 EFSF만으로 유럽 금융위기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 주요 유로국이 동참해 부채를 공동 보증하는 기금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금이 조성되면 참여국이 이를 바탕으로 채무를 부분 이행하면서 시간을 벌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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