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선도 튀니지, 민주주의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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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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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의회 선거 90% 투표율… 리비아는 이슬람주의 내세워
서방 ‘원리주의 득세’ 우려

‘아랍의 봄’을 선도했던 튀니지가 평화적 민주주의의 첫발을 무사히 내디뎠다.

재스민 혁명 국가 중 처음으로 23일 제헌의회 선거를 실시한 튀니지는 25일 선거 결과를 발표했다. 온건성향의 이슬람 정당이 제1당으로 올라섰고 군소정당들과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전해져 민주주의 제도화의 첫 시험대를 무난히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아랍권의 새 민주주의 모델 첫발

서너 시간을 기다리는 유권자의 긴 줄, 투표를 위해 묻힌 왼쪽 검지의 짙은 남색 잉크, 시위나 반대 소요가 없는 차분한 투표 진행….

튀니지의 출발은 순조롭다. 이번 제헌의회 선거는 아랍 사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5일 “등록유권자의 90%가 투표해 국민들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217석으로 구성되는 제헌의회는 새 헌법을 마련하고 내년에 실시될 총선과 대선 때까지 튀니지를 이끌 과도정부 수반을 지명한다.

1당에 오른 엔나흐다당은 혁명으로 물러난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대통령 시절 탄압으로 와해됐으나 선거를 통해 부활했다. 엔나흐다당은 앞으로 모든 튀니지인의 평등을 존중하고 여성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나흐다당은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인 공화의회당(CPR), 중도좌파를 표방한 에타카톨당, 진보민주당(PDP) 등과 연정을 구성할 것을 예고했다. 엔나흐다당은 터키의 온건 이슬람 정당인 정의개발당(AKP)을 모델로 삼는 민주주의를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이슬람원리주의 그림자에 서방 긴장

1970년대 이란혁명으로 팔레비 독재왕조가 무너진 자리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이슬람원리주의 세력이 들어선 ‘악몽’을 경험했던 서방국가들은 재스민 혁명이 남긴 권력의 빈자리를 강경 이슬람 세력이 차지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서방국가들은 엔나흐다당이 현재는 온건성향이지만 앞으로 강경 이슬람 색깔을 드러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당의 라체드 간누치 대표는 한때 호메이니와 비교될 정도로 이슬람주의를 강조하는 인물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를 축출한 리비아에서도 이슬람주의가 득세할 조짐이 나오고 있다. 무스타파 압둘잘릴 과도국가위원회(TNC) 위원장은 23일 리비아 해방을 공식 선포하면서 “이슬람 국가로서 앞으로 모든 입법은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토대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부인을 얻기 위해 첫 번째 부인에게 허락을 구하던 것을 중지하고, 이자제도를 허용하지 않는 이슬람 은행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인권 운동가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으며, 이자를 고리대금업이라며 허용하지 않는 것은 서방 자본의 투자가 필요한 리비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5일 “과도정부를 이끄는 압둘잘릴 위원장에게 그런 결정을 할 권한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선언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남식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압둘잘릴 위원장의 언급은) 리비아의 원유 및 경제적 이권 쟁탈전에 나선 서방 국가들을 견제하고 내부적으로는 유권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슬람의 단결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서구식 민주주의를 그대로 따라하지 않겠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어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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