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청년 폭동]“원인은 달라도 분노는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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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공교육 개혁” 4개월째 시위 벌여
그리스 ‘88만원세대’ 고용불안 고통 커져
이스라엘 집값 폭등에 31만명 거리로 나와

긴축재정 반대, 공교육 개혁, 실업률 해소, 소수 이민족 문제 등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거리로 쏟아져 나온 젊은이들로 지구촌이 진통을 겪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무장한 젊은이들은 신속하면서도 조직화된 시위를 벌였다.

칠레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5월 이래 4개월째 공교육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9일 수도 산티아고에서 10만여 명(시위대 추산)이 참가한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이었으나 일부는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칠레 학생들과 교사를 비롯한 교육계 종사자들은 독재시절인 피노체트 정권(1973∼1990년) 때 만들어진 공교육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요구 사항은 크게 두 가지. 우선 전체 학생 350만 명의 90%가 대상인 공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중앙정부가 직접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 현재 칠레 공교육 운영주체가 지방정부여서 지역별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 다른 요구는 사립대학의 이자놀이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대륙에선 국가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젊은이들이 시위로 항변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청년실업 해소를 요구하며 시작된 시위 ‘인디그나도스’는 5월 중순을 기점으로 유럽으로 확산됐다.

그리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종방한 시트콤 ‘592 유로 세대’는 그리스판 ‘88만 원 세대’를 그렸다. 대규모 재정적자로 침체에 빠진 그리스에서 25세 미만 법정 최저임금 592유로(약 89만 원)를 받으며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들을 그린 이 TV 프로그램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뜨거운 여름, 아테네의 시위 중심지인 신타그마 광장을 달구는 이들이 바로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백수 신세인 급진 청년들이다.

물가 전쟁을 치르는 이스라엘에선 최근 31만 명이 거리로 나와 치솟는 집값에 항의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를 벌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안보 문제에 밀려 개인생활을 억눌렀던 과거와 다른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벨기에에서는 1월에 2만∼3만 명의 대학생이 시위를 벌였다. 서로 언어와 민족이 다른 플라망계(네덜란드어)와 왈론계(프랑스어)가 연정을 구성함으로써 반목을 풀고 정치적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벨기에는 8월 현재 1년 2개월째 접어든 무정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에선 이번 폭동에 앞서 지난해 말 한 달간 격렬한 등록금 인상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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