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토트넘 폭동… 경찰서 공격-상가 약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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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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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무고한 흑인 청년 사살하고 거짓 발표… 진실 밝혀라”

영국 런던시내의 저소득층 거주 지역인 토트넘에서 6일 경찰에 항의하는 폭동이 발생해 경찰 26명과 시위대 수십 명이 다치고 경찰 순찰차, 버스, 상가 등이 불에 탔다.

이날 사건은 경찰의 총격으로 20대 흑인 남성이 숨진 것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집회로 시작돼 폭동과 약탈로 변질됐다. 시위대는 이튿날인 7일 오전까지 무차별로 인근 상가를 약탈했다. 시위가 과격해 ‘런던 시민의 수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토트넘은 런던시내의 북부지역으로 흑인과 저소득층 거주 비율이 높은 곳이다. 흑인 남성의 사망 과정에 인종적 편견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폭동은 토트넘 역 인근의 페리레인 지역에서 4일 밤 마크 더건 씨(29)가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주민들이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우발적인 사건이지만 다문화사회에 내재된 불만이 무분별한 폭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유럽 사회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주목되고 있다.

더건 씨의 친구와 친척 등 12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 반경 하이로드의 경찰서 밖에 모여 더건 씨의 죽음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500여 명으로 불어났고 오후 8시 반이 되자 일부 시위대가 경찰 차량 2대와 인근을 지나던 2층 버스 그리고 인근 상가 등에 화염병을 던지며 폭도로 돌변했다. 일부 시위자는 복면을 써 얼굴을 가리고 폭력을 휘둘러 주변 시민들이 공포에 떨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로 무장한 일부 청년은 토트넘 경찰서를 공격했다. 병과 부서진 보도블록을 던졌고 거리의 쓰레기통을 불태웠다. 일부 시위대는 상가에 침입해 TV나 기타를 훔쳐 나왔다. BBC TV 직원들과 위성방송 장비가 탑재된 트럭도 시위대의 돌에 맞는 등 공격을 받았다. 영국 정부는 곧바로 경찰을 대규모로 파견했고 폭동이 벌어진 시가지는 통행이 차단됐다.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40여 명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시위대는 더건 씨가 숨진 정황에 대한 경찰의 조사 및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경찰민원위원회(IPCC)는 “총격은 작전 중에 발생한 것”이라며 “더건 씨가 먼저 경찰관을 향해 총을 발사한 정황이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목격자는 경찰이 더건 씨가 타고 가던 택시를 뒤쫓아 “멈추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더건 씨는 계속 도망갔고 이어 4발의 총소리가 연속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곧이어 현장 인근에 헬리콥터와 경찰차 등이 대거 출동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목격자는 “경찰이 피를 흘리는 남자의 옷을 벗기려고 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더건 씨는 경찰관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하지 않았음에도 총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건 씨의 한 친구는 “그는 네 아이의 아버지로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이다.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이번 폭동이 1985년 이 지역에서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러 자택을 급습하는 과정에서 흑인 여성이 심장마비로 숨지자 지역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화염병과 사제폭탄 등으로 경찰서와 경관들을 공격한 사건 이래 가장 폭력적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경찰 58명과 지역주민 24명이 부상했다.

런던에서 토트넘은 인종 간 대립과 경찰에 대한 반감 등으로 폭력시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또 전 축구 국가대표 이영표 선수가 2005∼2008년 프리미어리그 구단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곳이다.

과거 토트넘에 거주했던 런던 교민 목홍균 씨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런던에서는 북부 토트넘과 남부 브릭스톤이 인종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꼽혀 왔다”며 “이번 약탈은 매우 터무니없는 것으로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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