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늘려 연명… 美, 슈퍼파워 맞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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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채권국인 中-러, 부채협상안 타결놓고 ‘조롱 세례’

‘슈퍼파워’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의 ‘북’으로 전락했나.

벼랑 끝 부채한도증액 협상이 막판에 타결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겨우 넘긴 미국에 대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중국 언론들이 거친 단어를 동원해가며 조롱과 냉소 섞인 비난을 퍼부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국채를 대량 보유한 주요 채권국이다.

푸틴 총리는 1일 “미국은 세계경제에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이날 모스크바 인근에서 열린 청년포럼에 참석해 “미국이 엄청난 부채를 쌓아가면서 세계 금융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는 책임을 다른 나라들에 옮기면서 기생충같이 행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채협상안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미룬 것에 불과해 전체적으로 훌륭한 결과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디폴트라는 아이디어를 활용한 것일 수도 있다”며 악의적 해석을 덧붙였다. 러시아는 125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미 국채의 최대 채권국(1조2000억 달러)이자 외환보유액의 70%가량을 달러로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정부 대신 관영언론들이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일 “미국이 디폴트를 모면했지만 재정적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는 미국 경제 회복에 먹구름을 드리울 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더 큰 위험과 골칫거리를 숨긴 것”이라고 질책했다. 중국사회과학원 리샹양 연구원은 “앞으로 미국 정치인들이 국내 정치상황을 고려하느라 (해외)투자자들의 이해를 무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달러의 함정(dollar trap)’에서 벗어나려면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채 협상 타결이 중국에 ‘양날의 칼’(장점과 단점을 모든 지닌 것이라는 의미)이라고 분석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도 이날 “미국인들은 한숨 돌렸을지 모르겠지만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세계가 미국 금융의 인질이 되어 있다. 중국과 일본이 가장 큰 인질이다. 이번 협상 타결은 미봉책으로 결과에 기뻐할 사람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4일 “미국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책임 있는 정책을 취하라”며 협상 타결을 촉구한 바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9일부터 시작되는 미 재무부 3분기 국채발행 때 중국이 예전처럼 큰손 역할을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회장은 최근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중국이 미 정부에 믿음을 잃은 만큼 미 국채 구매 욕구는 점점 작아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외환보유액 다각화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가 발행하기로 한 국채 물량은 모두 3310억 달러로 지난 2분기의 1900억 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한편 웨인 스완 호주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미국은 향후 더 큰 경제적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2일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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