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자체 ‘7년 治水’ 물폭탄 재앙 막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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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물난리 겪고 난 후 준설-제방쌓기 등 철저대비…
시간당 100mm 폭우에도 큰 침수 피해 없이 넘겨

7월 29, 30일 시간당 최대 10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일본 서부 니가타(新潟) 현과 후쿠시마(福島) 현. ‘제2의 동일본 대지진’ 같은 피해를 본 게 아니냐며 노심초사하던 지역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7년 전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본 뒤 착실히 준비해온 수해대책 덕분에 큰 피해 없이 넘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7월 31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28∼30일 사흘 동안 니가타 현 등 일본 서부지역에 시간당 최대 10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니가타 현 산조(三條) 시의 경우 총 1006mm에 달했다. 인접한 후쿠시마 현 다다미(只見) 마을도 총 680mm가 넘는 강우량을 기록했다. 빗줄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방재당국은 29일 오후 9시경 지역주민 40만 명에게 긴급대피 권고를 발령하기도 했다. 지난주 서울 서초구에 쏟아진 폭우의 강수량은 가장 많이 온 7월 27일 시간당 81mm였다.

이번에 물폭탄을 맞은 니가타 현과 후쿠시마 현은 7년 전인 2004년 7월에도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은 상습 수해재난 지역이다. 당시 집중호우 때는 니가타 현 산조 시를 가로지르는 이가라시(五十嵐) 강 등 하천 6개가 범람하고 11개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16명이 사망·실종되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가라시 강둑이 150m 정도 무너지고 나가오카(長岡) 시의 우오노(魚野) 강이 일부 범람하기는 했지만 농경지와 주택지 침수피해는 크지 않았다. 인명피해도 사망 2명과 실종자 4명에 그쳤다. 7년 전 수해 때보다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렸음에도 피해는 오히려 크게 줄어 든 셈이다.

비결은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준비해온 수해방지 대책이었다. 국토교통성과 니가타 현 등 지자체는 당시 수해를 본 직후부터 하천의 가장자리를 파 강폭을 넓히고, 바닥모래를 긁어내는 등 강의 용량을 대폭 늘렸다. 집중호우에도 수심을 낮출 수 있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해온 것.

이와 함께 상습 침수지역인 니가타 시와 산조 시에는 강을 따라 30km에 이르는 제방 높이를 1∼2m 추가로 높였다. 지자체는 집중호우가 해마다 심해지면서 제방의 효용성이 떨어지자 아예 주택들을 고지대로 이전하기도 했다.

지자체의 신속한 판단과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대처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산조 시의 경우 7년 전 대부분의 고령자들이 피난 권고 지시를 접하지 못하고 주택에 머물러 있다가 큰 피해를 보았음을 감안해 방재무선 스피커 179대를 마을 곳곳에 설치했다. 또 이동통신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재난 속보를 휴대전화 메일로 긴급 발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었다.

여름철 집중호우 대피 지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주민들도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매년 6월 실시하는 주민 참가 방재훈련도 큰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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