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지침 거부, 할말 하는 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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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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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고 고속철이라는데… 심장은 건강하지만 머리가 바보, 뭐가 최고인가”참사후 전례없는 정부비판

“철도부는 고속철 기술이 선진이라고 하지만 뭐가 선진인가. 사람으로 치면 심장과 간, 폐가 건강하지만 머리가 바보인데 이를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가.”

중국의 간판 앵커인 바이옌쑹(白巖松) 씨는 25일 자신이 주중 매일 진행하는 중국중앙(CC)TV 뉴스분석 프로그램 ‘신문 1+1’에서 이렇게 말했다. 23일 발생한 고속철 추돌 참사를 맹렬히 비판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이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정부의 보복이라는 비판이 급등하자 27일 프로그램이 재개되고 바이 앵커도 복귀했다.

중국 고속철 추돌 참사를 계기로 중국 언론에서 심대한 변화의 싹이 트고 있다. 일부 언론과 언론인이 공산당의 보도지침을 사실상 거부하고 할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가 공산당의 보도통제를 벗어난 ‘자유 언론’의 역할을 하면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전례 없는 현상이다.

누리꾼들은 생존자들이 웨이보를 통해 전한 현장 상황과 자료 및 신문 보도 등을 비교하면서 의문을 제기하고 추적해 빛의 속도로 전파했다. 강력한 취재력으로 관료들이 쳐 놓은 철의 장막으로 돌진했고 관료들을 군중 앞에 서게 했다는 게 홍콩 시사주간지 야저우(亞洲)주간의 분석이다. 웨이보가 ‘사회 교류의 장소’에서 건강한 민의가 자유롭게 표출되고 모아지는 진정한 ‘인민대회당(국회의사당)’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신문 매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베이징(北京)의 유력지인 신징(新京)보는 이번 사고 기사를 내내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29일자에도 1면부터 10개 면을 할애해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전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사고현장 방문 활동과 사고 원인 발표에 지면을 많이 할애했지만 의문과 철도부의 해명을 반박하는 기사도 빼놓지 않았다.

‘21스지징지바오다오(21世紀經濟報道)’도 이번 사고 원인으로 발표된 결함 있는 신호시스템을 만든 회사가 최근 개통된 징후(京호·베이징∼상하이) 노선 등 고속철 신호설비를 독점 공급해 왔다고 비판했다. 당국으로서는 아픈 내용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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