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남초’ 원죄는 美반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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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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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린폴리시, 남자가 1억6000만 명 많은 배경 분석


‘도대체 여자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미국의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의 베이징 특파원인 마라 비스텐달 씨가 27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던진 도발적 질문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만 놓고 보았을 때 남자 인구의 수가 여자보다 무려 1억6000만 명이나 많은 심각한 남초(男超) 현상을 보이는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느냐를 따져보겠다는 것.

아시아 지역에서 남자 아이가 많아지는 가장 간단한 대답은 이 지역에 뿌리 깊은 남아 선호 사상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비스텐달 씨는 “1970년대 미국이 세계 차원에서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했다”며 그것을 원인(遠因)이자 근본적인 문제점의 하나로 꼽았다.

○ 성비 불균형은 제국주의의 산물?

냉전이 격화되던 1960년대 당시 미국은 고출산 문제를 심각한 국제적 위기로 보았다. 후진국에서 만연하고 있던 다자녀 출산은 곧바로 빈곤 심화라는 악순환을 강화시키는 연계 고리가 됐고, 공산주의가 자라날 수 있는 토양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여겼다는 게 비스텐달 씨의 분석이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와 록펠러재단은 세계의 인구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주목한 것은 제3세계의 남아 선호 사상. 결국 성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첫 번째 자녀가 남자 아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아들을 낳기 위해 ‘불필요한’ 아이를 추가로 출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미국은 자녀의 성별을 임신 단계부터 알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했고 ‘사이언스’ 등은 “성별 선택의 도덕적 가치는 높은 것”이라며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국립기관인 아동보건발달연구소(NICHD)는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성감별은 특히 바람직한 접근법”이라고도 했다.

비스텐달 씨는 “이 같은 정책 속에서 미국 자본이 한국의 이른바 ‘이동 보건소’ 창설의 밑돈이 됐다”고 주장했다. 미군 부대에서 사용하던 중고 앰뷸런스는 이동 보건소로 탈바꿈 했고 이곳에서 공공연히 낙태가 행해졌다는 것. 임신 안 한 여성의 경우 자궁 내 소독을 실시하는 등 인권유린이 자행됐다는 주장도 폈다. 그 결과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최고의 낙태천국이 됐다는 것이다. 록펠러재단은 150만 달러를 인도국립의대에 투자해 태아의 성별 검사를 위한 연구에 쓰도록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 남아 선호하는 美, 선호도 바뀌는 韓

남아 선호 현상은 아시아 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다. 갤럽이 미국인 1020명을 대상으로 6월 9∼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이를 한 명만 가질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어떤 성별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인의 40%가 남아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여아를 선택한 비율은 28%에 그쳤다. 특히 18∼49세의 남성은 남아 선호가 54%나 됐다.

반대로 한국은 점차 여아를 선호하는 쪽으로 의식이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4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임신 중 선호한 자녀의 성별은 아버지의 경우 딸이 40.7%, 아들이 26.1%였다. 어머니는 39.5%가 딸을, 30.3%가 아들을 선호했다. 이 연구소가 2008년 시행한 조사에서도 아버지들은 딸 선호가 37.4% 대 28.6%로 높았다. 어머니도 딸 37.9%, 아들 31.3%로 딸 선호를 보였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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