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미군 3만3000명 1년내 철군’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치안권 아프간 군-경찰 이양…
남은 미군은 전투→지원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2일 내년 여름까지 3만3000명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2009년 12월 군의 요구를 받아들여 추가 파병한 3만3000명을 내년 여름까지 모두 아프간에서 빼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오후 8시 백악관 이스트룸 TV 생중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아프간 철군전략을 발표했다.

○ 왜 3만3000명?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2월 아프간 증파를 결정한 당시 추가로 파병한 규모다. 당시 아프간 전황이 악화되면서 알 카에다와 탈레반을 격퇴하려면 추가 병력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군부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철군이 시작되는 시점은 2011년 7월부터. 아프간에는 현재 10만여 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해 있다. 이번에 빼기로 결정한 3만3000명은 2009년 12월 추가 파병된 병력이다. 이들을 내년 여름까지 철수시키더라도 나머지 6만8000여 명의 병력은 여전히 남아 전쟁 수행 임무를 맡기 때문에 이번 철군은 완전철수가 아니라 ‘감군’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철군 이후 앞으로 아프간 치안군이 현지 치안권한을 이양받으면서 미군의 임무는 전투에서 지원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전투 병력의 완전 철군 시점은 2014년 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이때까지 아프간 군과 경찰에 치안권한을 이양할 방침이다.

○ 왜 조기 철군?


국내 정치상황과 경제적인 요인 등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려 있다.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10년 가까이 끌어온 테러와의 전쟁에 지친 미국민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 한 달에 100억 달러가 들어가는 아프간전쟁 비용도 막대한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미국에는 큰 부담이다. 2개월 전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것도 조기 철군을 결정한 이유로 꼽힌다. 의회에서는 “아프간전쟁을 시작한 이유가 9·11테러를 주도한 빈라덴을 잡기 위한 것이었는데 빈라덴을 사살한 만큼 미군이 아프간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내부 이견은?


철군 규모와 시기에 대해 군부와 백악관 참모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서둘러 병력을 빼낼 경우 전황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며 점진적인 감군을 주장했다. 특히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철군 시작 시점에서 규모가 3000∼5000명을 넘어서는 안 되고 핵심 전투부대는 가급적 많은 병력이 오랫동안 아프간에 주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추가 파병 병력 3만3000명을 12개월 내에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대선을 생각해야 하는 백악관 참모들도 조기 철군에 힘을 더했다.

○ 아프간 전세(戰勢)는?


빈라덴 사살 후 알카에다의 지도부 공백으로 탈레반의 공격은 점차 수그러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프간에서 3만3000명의 병력을 뺄 경우 다시 알 카에다가 아프간에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게 군부의 판단이다. 여기다 미국이 병력을 뺄 경우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다국적 연합군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철수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활동하고 있는 330명의 한국군과 50명의 지방재건팀(PRT)은 전투 병력이 아니어서 당장 아프간에서 빠지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미군 철수가 이어질 경우 철군 목소리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