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이어 모로코에도 ‘민주화의 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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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권 일부 총리-의회 이양”… 무함마드 국왕 개헌안 발표

중동 왕정국가 요르단에 이어 모로코도 왕권을 이양하라는 국민들의 개혁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이는 개헌안을 내놓았다. 무함마드 6세 국왕(47)은 17일 TV 연설을 통해 왕의 권한 일부를 총리와 의회에 넘기는 개헌안을 발표했다. 국왕은 “개헌안의 핵심 요소는 입법 사법 행정의 균형이며 (왕권에 집중됐던)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시민들의 자유와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개헌안은 7월 1일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모로코는 명목적으로 왕권이 헌법에 제약을 받는 입헌군주제이지만 왕이 의회 해산권, 비상사태 선포권 등 거의 모든 실권을 행사해 왔다. 아버지인 하산 2세 국왕의 뒤를 이어 1999년 왕위에 오른 무함마드 6세 국왕은 아랍 지역 국왕들 중에서 가장 오래 권력을 잡고 있다.

이번 개헌안에 따르면 국왕은 군대와 종교에 대해서만 통제권을 갖고 정부 의회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늘렸다. 이제까지 왕이 임명해 왔던 총리는 앞으로 선거를 통해 선출되며 총리는 관료 선출권과 내각 해산권 등을 갖게 된다. 또 왕을 빼고 매주 관료들을 소집해 국정 현안을 토의할 수 있다.

의회 권한도 강화돼 국회의원 3분의 1 동의만 있으면 총리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존에는 국회의원 전원이 동의해야만 거부권 행사가 가능했다. 국왕은 또 재판관 전원을 지명해 왔던 기존 관행을 고쳐 지명권한을 나눠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모로코 내 북아프리카 원주민 ‘베르베르족’의 민심을 고려해 베르베르 언어를 공용어로 채택했다. 모로코는 전체 인구의 약 40%가 베르베르족이다.

개헌안은 2월 중순부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쓴 ‘아랍의 봄’에 영향을 받아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민주화 운동에 영향을 받은 모로코인들은 왕의 권력이양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무함마드 왕이 개헌안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이날 개헌안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수도 라바트 거리 곳곳에서 젊은 시민들이 국기를 들고 축하행진을 벌였다고 보도했지만 BBC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위원회가 아니라 왕이 일방적으로 개헌안을 내놨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항의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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