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슬람 큰형님’ 행세

  • Array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집트엔 정권지원금… 바레인엔 시위진압군 파병…
■ 전문가 3인 e메일 인터뷰

‘재스민 혁명’으로 중동 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 세계의 큰형님’을 자처하고 나섰다.

사우디는 최근 수니파 이슬람 국가에 잇달아 특사를 보내 ‘수니파 연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중앙아시아 ‘스탄’ 국가들과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제안 대상이었다. 바레인, 모로코 같은 이슬람 왕정 국가에는 ‘왕들의 클럽’ 결성도 제안했다. 민주화에 성공한 이집트에는 40억 달러(약 4조2983억 원)를 정권 안정 지원금으로 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으로 미국과 파키스탄 사이에 틈이 벌어지자 사우디는 영향력을 아시아까지 넓힐 기회로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재스민 혁명을 영향력 확대 발판으로 삼고 있다. 바레인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군대를 보냈고, 예멘 반정부 시위대와 집권 세력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도 맡았다. 미국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함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아랍 지도자들에게 사우디가 구세주처럼 보였을 거라는 게 뉴욕타임스 분석이다.

‘아랍 맹주’를 자처해온 사우디가 16억 무슬림의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1일 동아일보 e메일 인터뷰에 응한 해외 전문가 3인은 “정통이 아닌 교리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티머시 윈터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는 “이슬람은 원래 신과 인간이 직접 소통하는 종교다. 하지만 사우디와 이란에는 종교지도자 계급이 존재한다. 이들은 꾸란(코란)의 다양한 해석을 가로막고 종교를 독점한다”며 “이슬람 전체로 볼 때 사우디 이슬람(와하브파)은 주류도 정통도 아니다. 무엇보다 ‘사랑의 교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타지 하르게이 영국 옥스퍼드대 무슬림 교육센터 박사는 “사우디 정부는 오일머니가 밀려들면 서양 문물도 같이 밀려와 종교적 순수함을 해칠까 늘 염려했다. 그래서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짓고 이맘(이슬람 성직자)을 양성해 더욱 엄격한 교리를 만들어 갔다”며 “엄격한 교리는 곧잘 폭력성으로 변질됐다. 9·11테러를 일으킨 19명 중 15명이 사우디 태생인 건 우연이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빈라덴을 테러리스트로 만든 것도 와하브 신학의 영향이었다.

이슬람 여권(女權) 향상 운동가 가다 샤밴더 씨는 “터키나 파키스탄,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성 국가수반도 배출했다. 그런데 사우디에서는 여성들이 운전도 못하게 한다”며 “나이트클럽에서 남성들과 자유롭게 만나는 이집트 여성들에게 아바야(사우디 여성들이 온몸을 가리는 검은 천)를 강요하면 비웃음만 사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차별 문화가 특히 심한 사우디의 문화적 영향력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