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원전 완전 폐쇄” 후폭풍… 세계 2위 원전국 佛에 직격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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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전 고수”… 야권 “日교훈삼아 포기해야”
대선 최대 쟁점으로 부상

독일이 2022년까지 원전 완전 폐쇄를 결정하자 세계 2위의 원전 국가인 프랑스가 술렁거리고 있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지난달 5월 30일 “독일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프랑스의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는 원전 덕분에 높은 에너지 자립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용 총리는 “프랑스의 전기료는 다른 유럽국보다 평균 40% 싸며 독일 소비자들은 프랑스의 두 배에 달하는 전기료를 낸다”고 비교까지 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프랑스는 원자력발전소 19곳에서 원자로 58기를 운영하며 에너지 수요의 85%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어 물리적으로도 원전 포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원전 폐쇄 주장에 “무책임한 얘기다.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에리크 베송 산업부 장관은 “프랑스의 원전은 어떤 지진과 홍수의 위험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을 11개월 앞둔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독일 원전 폐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장프랑수아 코페 집권당 원내대표는 30일 “프랑스와 독일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원전에 의한 에너지 생산이 프랑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사회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마르틴 오브리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이전과 이후는 다르다. 원전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당의 2인자인 아를렘 데지르 의원도 “점진적으로 원전에서 탈출해 태양열, 지열, 풍력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니콜라 율로 씨는 “한 세대를 두고 서서히 원전을 없애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고 에바 졸리 녹색당 경선 후보도 “20∼25년 뒤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의 원전 포기에 대한 산업계와 주변국의 반응은 엇갈린다. 세계 최대의 원전그룹 아레바의 안 로베르장 회장은 “독일의 결정은 정치적인 것으로 2022년까지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폐쇄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줄 것이라고 했던 독일산업연맹(BDI) 한스페터 카이텔 회장은 “원자력 사용을 최종적으로 중단시킨 이번 결정에는 명백히 정치적 동기가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독일 에너지 기업인 RWE는 “이번 결정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권리가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조치”(독일재생에너지협회), “독일 정부의 계획은 오히려 너무 느리다”(그린피스)는 반응도 있다. 국가별로는 오스트리아가 독일의 결정을 지지했지만 슬로베니아와 슬로바키아는 원전 고수를 천명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원전 폐쇄국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맬컴 그림스턴 박사는 “대부분의 국가는 ‘잠시 멈추고 후쿠시마 교훈을 살펴보자’는 것이지 원전을 중단하자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치적으로) 특별한 입장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스 블릭스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후쿠시마 참사는 돌발적인 사건이다. 독일의 결정은 현명하지 못한 것이며 지구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증시에서는 아레바 주가가 4% 하락했고 RWE와 E.ON 등 에너지 기업 주가가 모두 약세를 나타냈다. 반면 풍력 터빈 제조업체인 노르덱스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Q셀스는 10%가 넘는 폭등세를 보였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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