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철군계획 수정 가능성 ‘고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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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빈라덴 사살’ 이후 고려… 아프간 전쟁 대대적 재평가 나서
의회 본격토론… 국방부는 신중

‘공적(公敵) 1호’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함으로써 테러와의 전쟁 제1막을 마무리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 작업에 나섰다. 미 정가에서는 아프간 전쟁 개시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빈라덴 제거’라는 목표를 달성함에 따라 이제 아프간이라는 짐을 덜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7월부터 단계적인 철군을 시작해 2014년까지 병력을 모두 철수시킨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물론 아프간에서 벌어진 전쟁의 상황을 평가하고 아프간에 치안유지권을 넘겨줘도 안전하다는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는 게 대전제다.

상원 외교위원회는 10일 열린 청문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철군론자인 민주당의 존 케리 위원장은 “가능한 한 최소한의 병력이 남아 있어야 하고 빈라덴 이후 새로운 정책 역시 그 같은 기조 아래 움직여야 한다”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대규모 군사작전에 한 달에 100억 달러를 쏟아 붓는다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간사인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도 “성급한 철군에는 반대한다”면서도 “현재 미국이 아프간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아프간의 정치, 경제, 안보 등 사회 전반을 개조하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아프간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국가 재건을 완성하겠다는 시도는 우리의 능력 밖에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프간 전쟁을 직접 지휘하는 국방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빈라덴 사살 이후 알카에다의 움직임이 아직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고,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 타도를 부르짖는 탈레반 세력 역시 병력 증가나 특별한 테러 움직임이 없는 정중동(靜中動)의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국방부의 움직임과 관련해 “빈라덴의 죽음을 아프간 철군 정당화의 명분으로 삼기보다는 현재의 공세를 강화해 탈레반으로 하여금 아프간 정부와 협상에 나서도록 할 수 있는 지렛대로 삼는 쪽이 낫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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