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은 흑묘백묘 아니라 황묘흑묘라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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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개혁개방론 최초기록 공개
괴담문학 ‘요재지이’서 따와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이 말한 것으로 알려진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사실은 ‘황묘흑묘(黃猫黑猫)론’이라고 중국 관영 언론이 25일 전했다.

흑묘백묘란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를 뜻하며 ‘검든 하얗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표현에서 등장하는 말이다. 덩샤오핑 전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사상해방’과 ‘실사구시’를 전면에 앞세우고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발전시킨 이론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홈페이지 첫 화면에 ‘덩샤오핑의 저명한 고양이론은 어디서 나왔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흑묘백묘’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황묘흑묘’라고 밝혔다. ‘노란 고양이, 검은 고양이’라는 뜻이다.

신화통신은 1962년 7월 덩 전 주석이 두 차례 ‘고양이론’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중국공산주의청년단 3차 7중대회 강연과 중앙서기처 회의에서 “노란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어느 것이 생산성 회복에 유리하면 그것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이론은 이후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중반 문화대혁명 기간에 마오쩌둥(毛澤東)에 의해 크게 비판받았다. 하지만 표현이 워낙 생동감 있어 세상에 빠르게 퍼졌다. 이 와중에 황묘흑묘가 흑묘백묘로 바뀌었다는 것. 노란색과 검은색보다는 흑과 백이 확실히 대비되는 만큼 민간에 퍼질 때 자연스럽게 변형됐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신화통신은 사실 이 표현이 덩 전 주석이 처음 쓴 말이 아니라고 전했다. 청나라 때 작가 포송령(蒲松齡·1640∼1715)이 쓴 중국 괴담문학의 대표작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나온 표현이라는 것.

신화통신이 돌연 ‘흑묘백묘론’을 교정하는 기사를 내보낸 배경은 불확실하다. 다만 신화통신이 공산당 당사(黨史)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건들을 종종 보도해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기사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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