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5개국 反달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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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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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끼리 거래땐 우리 통화로 결제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5개국이 서로 돈을 빌리거나 무역 결제를 할 때 달러 대신 자국 통화를 사용하자고 결의했다. 세계 인구의 42%, 무역의 15%를 차지하는 이들이 ‘탈(脫)달러’를 선언한 것이다.

○ 사실상 ‘반(反)달러 동맹’

브릭스 5개국은 14일 제10회 보아오(博鰲) 포럼이 열리는 하이난(海南) 섬 싼야(三亞)에서 회원국 간 무역 거래 결제를 할 때 달러나 유로가 아닌 자국 화폐 확대를 내용으로 한 협약을 체결했다. 명칭은 ‘브릭스 국가 은행 협력 시스템 및 금융협력 협의’.

협약은 앞으로 △회원국 간 무역 결제에서 자국 화폐를 사용해 무역을 촉진하고 △회원국 간 자원과 석탄 등 자원개발 주요 분야에서 투·융자 협력을 하며 △채권 발행과 기업의 상호 상장을 포함한 자본 시장도 협력하고 △금융 분야 정보 교류도 확대할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국 통화를 통한 무역 결제는 먼저 중국국가개발은행, 브라질개발은행, 러시아 개발 및 대외경제활동은행, 인도 수출입은행, 남아공의 남부아프리카개발은행 등 5개 국책은행을 통하기로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브릭스 회원국 간 자국 통화 결제 추진 합의는 글로벌 경제가 달러에서 점진적으로 이탈하는 길을 닦았다”고 평가했다.

회원국들은 자국 화폐로 결제하는 경우 달러의 가치 변동에 따른 환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회원국 간 무역도 확대되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결제 은행으로 각국이 국책은행 한 곳만 지정한 데다 위안화를 국내로 송금하거나 바꾸는 데 한도가 정해져 있는 등 중국 내 제한이 많아 자국 통화 결제가 당장 크게 늘어나긴 어렵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이와 관련해 자부 몰레케티 남부아프리카개발은행 총재는 “자국 화폐 결제에 따르는 기술적인 문제들은 내년 남아공에서 열리는 4차 브릭스 정상회담 전까지 해결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5개국 중앙은행의 실무 전문가들로 구성된 작업팀이 집중적인 연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의 노림수


회원국들이 자국 화폐를 쓸 경우 가장 사용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통화는 단연 위안화다. 위안화의 가치가 가장 안정적으로 평가되고 있고 중국은 러시아 브라질 남아공의 교역 1위 상대국이며, 인도도 중국이 2위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이 순조롭게 이행되면 위안화는 지금까지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일부 주변국과의 변경 무역 결제를 넘어 전 세계로 사용이 확대된다.

임호열 한국은행 베이징 사무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 중심의 기축 통화체계 개혁을 요구해온 중국으로선 이번 협약으로 위안화 국제화의 큰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협약은 중국이 위안화와 달러의 기 싸움에 브릭스를 활용하려는 노림수가 담겼다는 해석도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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