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도서 145년 만의 귀환]약탈 문화재 반환 새 전기… 소유권 완전이전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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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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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한일협정 이후 협상 통한 대량 반환 처음

외규장각 도서를 실은 나무 상자가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하역장에 도착했다. 상자를 둘러보고 있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로랑 에리셰 프랑스국립도서관 큐레이터(왼쪽부터).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외규장각 도서를 실은 나무 상자가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하역장에 도착했다. 상자를 둘러보고 있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로랑 에리셰 프랑스국립도서관 큐레이터(왼쪽부터).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번 외규장각 도서 반환은 약탈당한 문화재가 정부 간 협상을 거쳐 고국 땅에 돌아온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1965년 한일협정 이후 정부 차원의 협상으로 다량의 문화재를 돌려받은 것은 처음. 따라서 비록 대여 형식의 반환이지만 약탈문화재 반환 역사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 약탈 경위와 확인


외규장각은 1781년 정조가 강화도에 창덕궁 규장각의 부속시설로 설치했던 왕실 자료실. 1866년 강화도를 침략한 프랑스군은 불을 질러 외규장각을 파괴하고 귀중 도서 340여 권과 지도 갑옷 등을 약탈해갔다. 이 가운데 297권이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다는 사실을 1978년 재프랑스 사학자 박병선 박사가 확인했다.

○ 반환 협상 과정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외규장각 도서 가운데 하나인 ‘영조 정순왕후 가례도 의궤’. 영조와 정순왕후의 혼례 과정을 그림 중심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18세기 의궤로 학술적 문화적 가치가 높다. 문화재청 제공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외규장각 도서 가운데 하나인 ‘영조 정순왕후 가례도 의궤’. 영조와 정순왕후의 혼례 과정을 그림 중심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18세기 의궤로 학술적 문화적 가치가 높다. 문화재청 제공
1991년 11월 서울대가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요청하면서 한국과 프랑스 간 반환 협상이 시작됐다. 1993년 프랑스 대통령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휘경원원소도감의궤(徽慶園園所都監儀軌)’ 상권을 대여(3년마다 기간 연장) 형식으로 반환했다. 이후 협상이 진행됐으나 프랑스 측이 같은 값어치의 문화재를 대신 받는 ‘등가(等價) 교환’을 주장했고 이것이 국내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한국과 프랑스 정상이 ‘의궤 대여’에 합의하면서 비로소 돌파구를 맞았다.

○ 반환 방식


5년 단위로 대여를 하고 5년마다 갱신하는 방식이다. 대여이기 때문에 소유권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다. 이에 대해 약탈당한 문화재를 반환이 아니라 빌려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며 실질적인 반환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해외 반출 문화재 조사를 수행했던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소유권 회복이나 반환은 우리가 외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대여 방식의 환수는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 활용 방안


의궤를 활용하려면 원칙적으로 소유권자인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활용 범위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지난달 체결한 약정서에 들어 있다. 이와 관련해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4일 “프랑스 측이 꺼리고 있어 약정서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의궤 활용에는 어떠한 제약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외규장각 의궤 귀환 특별전을 열기로 했다. 이어 전국 순회전을 개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또한 인터넷이나 전자책을 통해 가정에서도 손쉽게 열람하고 연구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프랑스 반응


프랑스는 한국에 돌려주되 프랑스인의 불편한 심경을 감안해 반환 과정이 조용히 넘어갔으면 하는 반응이다. 우리 정부가 14일로 예정된 환영 행사를 마지막 4차분이 돌아오는 5월 27일로 연기한 것, 1차분 반환 도서목록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프랑스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 남은 과제


향후 도서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완전한 소유권 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훼손될 경우 보수 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 외의 약탈문화재 반환도 남은 숙제. 프랑스군은 외규장각에 있던 지도, 족자, 옥책 등도 함께 약탈해갔다. 서울대 규장각 정보자료관리부장 이상찬 교수는 “도서 297권 외에 지도 2점, 족자 7개, 대리석판(옥책) 3개 등 기타 약탈문화재도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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