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폭격]카다피 자충수? 지능적인 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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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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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가지 무리한 공격… 서방 무력개입 불러
여성-어린이 피해 부각… 국제 여론 뒤집기

카다피 특유의 지능적인 술책인가, 자충수인가.

카다피군은 유엔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직후 휴전을 선포하면서 한 발 물러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9일 반카다피군의 근거지인 벵가지를 공격해 다국적군의 공습을 자초했다. 카다피군이 벵가지를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서방국들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공습까지 나서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사진)가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오판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선뜻 이해할 수 없는 행태였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카다피 원수가 국내외의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리기 위한 고의적이고 지능적인 ‘여우 같은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정부군이 벵가지로 빠르게 진격한 것은 사막이 아닌 인구가 많은 대도시를 전투장으로 만들려는 의도였다는 해석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도시가 다국적군의 표적이 되면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국제사회에서 군사작전 반대여론에 불을 지필 것이란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비아 국영 TV는 “서방국의 폭격으로 최소 64명이 숨졌고 대다수는 여성과 어린이들”이라고 발표했다. 서방의 무력개입에 대한 비난여론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것이다.

하지만 카다피 원수가 유엔 결의가 본격 이행되기 전에 전국을 장악해버리려는 욕심에서 자충수를 뒀다는 분석도 있다. 벵가지만 점령하면 반카다피군은 지역적으로 근거가 없어지게 되므로, 국제사회에서 “리비아에 반군은 없다. 일부 테러리스트들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계속 유일한 합법정부로서 자신을 내세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속전속결을 꾀했다는 것이다.

한편 1986년 미군의 트리폴리 공습으로 자신의 입양 딸을 잃는 등 공습에 대한 공포심이 여전히 남아있는 카다피 원수는 이번 공습을 당하면서 2003년 핵무기 프로그램과 대량살상무기(WMD)를 자진해 포기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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