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일본發 부품대란 국내외 기업 피해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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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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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10% 감산… 美 GM공장 일부 ‘스톱’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발(發) 글로벌 부품난이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의 첨단 부품공장’이라 불리는 일본의 중요성 때문에 각 기업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당장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미국의 자동차·전자업계의 피해가 가시화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18일 자동차업계에서 특근 조업을 중단하는 곳이 나타났다. 한국은 2009년 전체 대일(對日) 무역적자 가운데 부품·소재 분야의 적자가 64%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일본에 대한 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다.

당장 자동차업계에서는 특근 조업을 중단하는 곳도 나타났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9일부터 이달 말까지 주말 특근은 물론이고 평일 주·야간조가 1시간씩 실시했던 잔업도 중단한다. 르노삼성차는 “당장 부품 재고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특근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이로 인해 월 생산량의 10% 수준인 2000∼2500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차는 변속기, 엔진 주요 부품 등 전체 부품의 15%를 일본 내 협력업체에서 공급받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일본 내 협력사들은 이번 지진이 발생한 동북부 지역이 아닌 규슈 등 중남부 지역에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르노삼성차가 특근을 중단한 것은 지진 여파에 따른 단전, 단수, 인력공백 때문에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단전과 단수가 장기화하고, 일본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인 상황에서 일부 생산 인력이 이탈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GM 역시 다음 주부터 인천 부평, 전북 군산, 경남 창원 등 3개 공장에서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을 중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국GM은 구형 ‘라세티’와 쉐보레 ‘스파크’에 쓰이는 자동변속기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업을 중단한 곳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수출하는 곳도, 수입하는 곳도 부품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작은 부품이라도 전체 생산시스템에서 빠지면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대체 제품이 없는 부품업체가 한 곳이라도 조업을 중단하면 관련 기업이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2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조사에서 일본 지진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이 81.2%에 달했다. 중기중앙회는 “수입업체의 경우 원자재 및 부품 조달 불안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며 “부품난으로 전자·전기, 기계류 업종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해외 자동차회사들도 이날 조업 중단이 잇따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캠리’와 ‘프리우스’ 등을 생산하는 도요타자동차의 필리핀 공장은 이날 조업을 중단했다. 또 미국 GM은 21일부터 일주일 동안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시리브포트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자·정보기술(IT) 제품 역시 일본발 부품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부품의 경우 도시바,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이 세계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바의 경우 애플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의 3분의 1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일부 전자업체는 부품난을 우려해 반도체부품 등을 사재기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생산시설이 파괴되지 않았더라도 추가 지진이나 방사성 물질 확산으로 일본 내 조업 중단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장이 멀쩡해도 인력이 없고 제품 유통망이 붕괴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여기에 ‘JIT(Just In Time)’로 대표되는 일본의 재고 최소화 시스템에 따라 미리 확보된 물량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 연구위원은 “추가 피해가 발생하면 일본 산업 전체가 공백기에 접어들 수도 있고, 이는 곧 각국의 부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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