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병원과 의료단체가 일본에서 구호활동을 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일본은 외국 의료진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서울대병원은 전문의와 응급구조사 등 의료진 21명이 대기 중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국제구호단체인 ‘기아대책’이 센다이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대로 의료진을 파견하기로 했다. 고려대의료원, 가톨릭중앙의료원도 마찬가지. 대한의사협회 역시 의료봉사단을 꾸리겠다고 발표했고 보건복지부 산하 국제보건의료재단은 재난대비 훈련을 받은 의사 328명이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외국 의료진의 입국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는 점. 한국 정부는 11일 중앙119구조단과 의료진 등 약 120명을 긴급 파견하려다 일본의 요청에 따라 119구조단만 보냈다.
일본은 1995년 한신대지진,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때도 외국 의료진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다. 외국의 의사면허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으로 외국인이 자국민을 진료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신꽃시계 복지부 국제협력담당관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 의사가 일본에서 치료를 하면 불법 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사고가 난다면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생길 여지도 있다.
더구나 일본은 의료진과 의약품이 풍부하다. 김주자 대한적십자사 국제협력과장은 “이번에도 한일 적십자사가 구호물품을 협의한 뒤 의료진 및 의료용품은 충분하므로 제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길준 대한재난의학회장(서울대 응급의학과)은 “이미 일본 각지에서 의료팀 500여 개가 현지에 파견됐지만, 워낙 사망자가 많아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카트리나 피해 당시 한적은 의료진을 포함해 의약품 식품 청소도구 소독제 텐트 장화 등 지원이 가능한 물품 목록을 보냈다. 이 가운데 미국이 반입을 허가한 품목은 텐트 장화 청소도구뿐이었다.
김 과장은 “자국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는 의약품과 식품뿐만 아니라 화학약품까지 거절했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적은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현물보다 현금 위주로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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