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레임덕 세션’… 미국식 대못박기냐? 유종의 미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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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당 지위 잃고도… 무색하게 왕성한 활동

열흘 남짓 남겨둔 2010년 세밑에도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이 미국 의회다. 예년 같으면 이미 내년 회기에 복귀할 사람과 못할 사람이 결정된 상태인 데다 크리스마스 연휴 분위기에 취해 썰렁해야 하는데 올해만큼은 예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의회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휴가를 가지 않겠다”며 19일부터 예정된 하와이 휴가를 미뤘다. 요즘 이런 미국 정가를 두고 절름거리지 않는 ‘레임덕 세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미국 의회가 마지막까지 전쟁터가 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른바 개혁 대통령을 자부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2년 동안 내걸었던 주요 정책들이 미완인 상태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상원의 경우 60석에 근접했던 슈퍼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었고 하원에서도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던 민주당이 의회권력을 사실상 공화당에 내주면서 내년 112기 의회에서 쟁점 법안 처리를 자신할 수 없게 된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상원은 18일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금지하는 이른바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ADT)’는 정책을 폐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하 양원을 통과한 DADT 폐지 법안은 이번 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 공식 발효된다. 이로써 DADT 정책은 17년 만에 폐지되고 동성애자들의 자유로운 군복무가 가능해졌다. 이에 앞서 미국 의회는 양당의 타협으로 8500억 달러 규모의 감세연장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미 민의의 심판을 받은 낙선 의원들이 중요한 입법 사안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한 민주당이 자신들의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미국식 ‘대못박기’를 하겠다는 의도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헌법이 중단시키려 했던 레임덕 세션의 법안 처리가 올해는 무더기로 이뤄졌다”면서 “낙선 의원들이 다수 표결에 참여하는 레임덕 세션의 법안 처리는 민주정치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 의회가 마지막까지 의회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것에 돌팔매질을 하는 것은 과도한 비난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의사당 문을 걸어 잠그고 다수당이 독자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토론절차가 보장된 상태에서 입법행위를 하는 것은 의회 본연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이민개혁의 일환으로 청소년 때 정착한 불법체류자를 구제하는 내용의 이른바 ‘드림법안(DREAM Act)’은 하원에서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원 표결의 문턱을 넘지 못해 제111회 의회에서 사실상 폐기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내 통과를 강력히 호소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의 상원 비준 역시 공화당의 반대로 연내 통과가 불투명하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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