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매체 북한 감싸기? ‘포격’ 대신 ‘교전’ 강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4일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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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매체들이 24일 북한의 연평도 선행 포격사건과 관련해 일제히 남북한 교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런 시각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세계 각국의 규탄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유엔을 중심으로 공동대응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한 23일 오후 중국 매체들은 포털사이트 등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2명 사망 16명 부상"이라는 제목으로 사건을 전했으나 이튿날인 이날 오전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남북한이 서로 포격을 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제목을 바꿨다.

중국 내에서 연평도 포격사건을 가장 먼저 전한 신화통신은 중문판과 영문판에서 처음에는 북한의 선행포격을 제목으로 뽑았다가 이날 "남북한, 서부해역서 교전발생"으로 고쳤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자사 인터넷사이트에 신화통신의 기사를 그대로 게재하면서, 외교부가 "중국 정부가 '한반도 포격사건'에 관심을 표명했다"는 제목을 뽑았다.

이날 영자지인 관영 차이나데일리 역시 "남북한 교전(Two Koreas exchange fire)"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이번 교전은 6.25 전쟁이후 한반도에서 벌어진 가장 심각한 충돌이었으며 남한이 먼저 포격해 대응사격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사가 강변한 연평도 사건의 개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내의 지식인층과 외국인을 독자로 하는 신문이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도 연평도 사건 발생일인 23일과는 달리 이날 인터넷사이트 머리기사로 "남북한 상호 포격, 국제사회 관심"이라는 제목으로 바꿨다.

관영 CCTV는 자막에 "중국 외교부, 남북한 상호포격사건 관심표명"이라는 제목을 띄우고 사건을 보도했다.

연평도 포격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강도높게 비난했던 홍콩 매체들의 분위기도 다소 변화됐다. 봉황망은 인터넷사이트에 "남북한, '분쟁' 도서에서 상호포격"이라는 제목을 뽑아, 연평도가 남북한에 분쟁이 있는 곳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중국 청년보와 베이징천바오(北京晨報) 등의 일간신문들도 대부분 신화통신의 기사를 인용해 "남북한 교전"을 제목으로 뽑았다.

중국 매체들의 이런 보도 태도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후 같은 날 저녁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한이 먼저 군사적 도발을 해 대응조치로 연평도에 해안포 공격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그간 중국 매체가 보여온 상습적인 '남북간 기계적 균형' 보도 태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 역시 자기 해역이라고 주장하는 연평도 부근에서 남한이 먼저 포격훈련을 해 이에 대응한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비중있게 보도함으로써 이번 사건이 남북한간 '국지전(局地戰)'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6.25 전쟁이후 가장 심각한 도발행위로 규정될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지만 유엔 입장에서 보면 국지전 성격을 띠고 있는 탓에 "지역분쟁은 당사국간 우선 해결"이라는 유엔의 원칙에 따라 당사국간 대화와 해결 노력이 선행토록 할 공산이 커 보이며 중국도 이를 겨냥해 자국내 '여론몰이'에 나선 것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박덕훈 차석대사는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이번 사태는 남북한간의 지역적 문제"라고 밝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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