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구제금융 수용… 급한 불 끈 유럽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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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가치 일제히 상승… 시장 반응 일단 긍정적

국제사회의 구제금융 수용 압박에 완강히 저항해 온 아일랜드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일단 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일랜드의 브라이언 카우언 총리는 21일 각료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며 EU는 이를 수용했다”며 “구제금융 규모는 아일랜드와 EU, 국제통화기금(IMF)의 협상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우언 총리는 “법인세 인상 조치는 없을 것이며 현재의 12.5%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은 IMF가 아일랜드의 자산거품을 불러온 주원인이라며 강력히 요구했던 조치였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한 번 더 번영을 일궈낼 수 있는 능력에 믿음을 가져야 한다”며 국민들의 협조와 연대를 촉구했다. 아일랜드는 2014년까지 재정적자를 150억 유로 줄여 국내총생산(GDP)의 3%로 낮추는 4개년 긴축예산안을 24일 발표한다.

▶본보 22일자 A22면 참조 1200억 유로… 아일랜드 구제액 ‘그리스 추월’

브라이언 레니핸 재무장관은 “구제금융은 1000억 유로(약 155조 원)가 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산업 구조조정 지원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2014년까지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금융액 규모에 대해선 770억 유로(아일랜드 언론)부터 800억∼900억 유로(EU 고위관리), 1000억 유로 미만(EU 의장국 벨기에 재무장관) 등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구제금융은 3년에 걸쳐 지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제금융 수용을 요구해 온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 및 EU 재무장관은 21일 공동성명을 내고 “유로존 및 EU 동료 회원국에 금융지원을 요청한 아일랜드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IMF는 물론이고 유로존이 아닌 영국과 스웨덴도 별도의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70억 파운드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 구제금융에는 EU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설립한 금융안정메커니즘(EFSM)과 유로존의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설치된 유로안정기금(EFSF)이 동시에 나선다.

불과 10일 전만 해도 “내년 봄까지 사용할 돈이 충분하다”며 구제금융을 받지 않겠다고 버티던 아일랜드가 이처럼 무릎을 꿇은 건 ‘그리스 사태’처럼 제2의 유로존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EU의 전방위적 압력과 급속히 악화된 시장 상황 때문이다.

아일랜드가 국제시장의 신뢰를 잃으면서 외화차입 부담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급상승했고 시중은행에서 돈 인출 사태가 멈추지 않았다. 최근 3개월간 시중은행에서 250억 유로(약 38조 원)가 무더기로 빠져나갔고 금융권을 지탱해 온 4대 은행이 파산 위기로 치달았다.

한편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수용함으로써 아일랜드발(發) 위기가 일단 포르투갈 스페인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세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가 일제히 상승했다. 그러나 아일랜드가 완전히 위기에서 탈출할 것이냐는 견해에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초고강도 긴축정책이 심각한 경기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상업용 부동산시장에 몰려 있는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이 긴축정책으로 주택시장까지 확산될 경우 은행에 또 다른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GDP의 10배에 이르는 대외채무의 상환이 단기간에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가 확보하고 있는 실탄은 스페인까지 위기가 발생할 경우 대처하기에 부족하다”며 “포르투갈은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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