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中 경제… 親美 안보… 양다리 아시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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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혼란으로 고민

‘경제적으로 중국과 더 가까워지면서 안보는 미국에 더 의존하는 모순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와 안보의 양극화’에 따른 정체성 혼란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최근 분석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급성장하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의 패권 외교 경향도 높아져 안보상으로는 중국의 위협에 더 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일본이 중국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놓고 영토 갈등을 겪은 뒤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위안화 환율 문제 등에서는 정면으로 중국에 맞서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도 아시아 우방국들이 중국의 ‘경제 영향권’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전통적인 안보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 등을 순방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전통적인 미국의 ‘안보 우산’ 속으로 들어오도록 구슬렸다”고 전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요코하마(橫濱)에서 13, 14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미국과 안보동맹을 맺은 50년 이래 미국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불과 2, 3년 전 일본의 ‘탈미(脫美)’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어 간 총리는 “일본이 중국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속적인 지지를 높이 평가한다”며 “일본뿐 아니라 이웃 국가들도 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미군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올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하고 매년 광시좡(廣西壯)족 자치구 난닝(南寧)에서 중-아세안 박람회가 개최되는 등 경제교류는 강화되고 있다.

대만은 2008년 5월 마잉주(馬英九) 총통 취임 이래 양안 경제통합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종종 중국 본토와 외교 신경전을 벌인다. 올 초 미국의 대만에 대한 64억 달러의 무기 판매 결정으로 양안에 냉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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