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순방 4개국 동행취재 5신<끝>-오바마 ‘FTA-환율’ 빈손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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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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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US는 일본 가마쿠라(鎌倉)시대 청동대불을 관람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암호와 같은 이 문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귀국을 백악관식 용어로 설명해본 것이다. 여기의 POTUS는 오바마 대통령을 가리킨다. 백악관 e메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로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의 약자다.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를 가리킬 때는 FLOTUS를 쓴다. ‘First Lady of The United States’를 줄인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4개국 순방이 14일 막을 내렸다. 기자의 10박 11일 동행취재 일정도 13일 일본 요코하마 취재를 마치고 프레스차터(언론사 전세기)가 일본 땅을 떠나면서 사실상 끝났다.

마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린 일본 요코하마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일본 중세의 막부가 자리 잡았던 가마쿠라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마지막 일정으로 유년 시절 모친과 함께 구경했다는 가마쿠라 대불(大佛)을 14일 찾았을 때 느낌은 어땠을까. 순방 초반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거둔 경제외교의 성과와 달리 한국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하지 못하고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중국에 효과적인 위안화 절상압박을 가하지도 못했다. 미국 국내에서는 지난달 중간선거 참패의 결과로 여소야대 의회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귀국하는 에어포스원에 오르는 그의 심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탄 에어포스원에는 게리 로크 상무장관과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 등 고위급 인사를 포함한 수행원 60여 명이 탑승했다. 백악관 풀(Pool)기자단 12명은 프레스차터가 아니라 에어포스원에 동승했다.

에어포스원은 회의실과 식당, 대통령 부부를 위한 스위트룸, 수행원 사무실은 물론이고 요리실도 갖추고 있다. 보잉 747-200B 개량형 기종인 에어포스원은 승무원 20여 명을 합쳐 최대 93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내부 공간만 360m²로 전화 87대와 침실 6개, 응급수술실이 마련돼 있으며 공중에서 재급유가 가능해 일주일 이상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다.

프레스차터에는 동행취재 기자 100여 명이 탑승했다. 델타항공 보잉 747-400기를 개조해 만든 프레스차터는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을 갖췄으며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CNN, ABC, NBC, AP, AFP, 폭스뉴스 등 주요 언론사에서 비즈니스석을 차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는 철통 보안과 검색이 뒤따랐다. 취재 풀 기자들은 최소한 3시간 전에 행사장에 도착해 노트북컴퓨터와 카메라 전원을 켜놓고 탐지견의 수색까지 받아야 했다.

백악관 풀 기자로 선정되지 않을 경우 동행취재 기자라고 해도 대통령 얼굴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모든 일정과 취재 내용은 e메일로 풀기사가 뿌려지고 브리핑은 대변인과 보좌관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인도 세인트 사비에르스대 타운홀 미팅과 서울 용산 미군기지 등 몇 곳에서만 풀기자로 참석해 오바마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을 뿐이다.

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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