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소포 범인 사용… 휴대전화 정보 입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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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급물살… 체포된 여대생은 혐의 벗어

미국 백악관은 예멘발 미국행 항공화물에서 발견된 ‘폭탄 소포’와 비슷한 형태의 추가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미국과 아랍에미리트 정보당국은 1일 범행과 연루된 휴대전화 등의 정보를 입수해 수사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對)테러담당 보좌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NBC와 ABC, CNN 등 주요 방송사 일요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 당국은 영국과 아랍에미리트에서 적발된 것과 같은 폭발물 소포 형태의 테러 위협이 앞으로 더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알카에다의 테러전략이 자살폭탄 테러로 비행기 승객을 노리던 종래의 전략에서 벗어나 화물 소포를 통해 화물기뿐 아니라 여객기까지 치명타를 가하는 수법으로 테러전략이 지능화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어 브레넌 보좌관은 “폭발물 소포 테러 기도는 알카에다 예멘지부의 소행으로 볼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이번에도 지난해 성탄절 디트로이트발 항공기 테러기도 사건 때 사용된 장치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CBS 방송과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폭탄 소포는 미국으로 발송됐지만 기내에서 터지도록 설계됐다”며 “당초 예멘에서 여객기에 실려 운반됐기 때문에 항공기 탑승객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안전청(TSA)은 특별 전담팀을 예멘으로 급파해 자국으로 들어오는 소포와 화물 등을 감시하는 한편 예멘 측에 안보 기술 및 훈련 노하우를 제공할 계획이다.

A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아랍에미리트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정보당국이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와 컴퓨터프린터의 일련번호 등 정보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현재 미국 측과 정보를 공유해 범인의 뒤를 쫓고 있다”며 “폭탄 제조 루트의 단서를 찾은 것으로 사건 파악 및 범인 검거에 한 발짝 다가선 셈”이라고 말했다.

폭탄 소포를 발송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긴급 체포됐던 여대생 하난 알사마위 씨(22)는 하루 만에 사실상 혐의를 벗고 풀려났다. 예멘 당국자는 “알사마위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소환에 응한다는 것을 전제로 석방했다”며 “다른 여성이 알사마위의 이름과 신분증을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 시도 직후 각국이 항공 화물 보안검색을 강화하면서 항공 운송업계는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항공화물 보안검색에 첨단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지만 정작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그리스선 사르코지 겨냥 소포 발견

한편 그리스 경찰은 1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수신자로 한 부비트랩 형태의 폭발물 소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벨기에와 네덜란드 멕시코 등 3개국 대사관으로 배달되도록 한 폭발물 소포도 적발하고 용의자 4명을 체포해 수사중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좌파 게릴라 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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