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소년들아, 따돌림 견디면 좋은날 올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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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代 자살에 희망캠페인… 클린턴도 “깊은 슬픔” 응원

‘나도 학교에 다닐 때는 심하게 따돌림을 받았지. 그 시기를 잘 참고 견뎌야 해. 삶은 곧 나아질 거야.’

사회적 편견에 고통 받는 10대 동성애자에게 희망을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한 캠페인이 미국 전역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처음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일반인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시간이 지나자 일부 유명인사도 가담하고 최근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캠페인에 동참했다. 최근 미국에선 한 동성애자 대학생이 따돌림을 참지 못해 자살하고 동성애자의 미군 복무가 논란이 되는 등 성적 소수자 문제가 주요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캠페인을 시작한 사람은 시애틀의 성(性)칼럼니스트이자 동성애자인 댄 새비지 씨였다. 그는 지난달 초 15세 동성애 소년이 주변 친구들의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신문기사를 접했다. 새비지 씨는 “내가 이 학생과 단 5분 만 대화할 기회가 있었어도 그가 극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새비지 씨는 자신의 동성애자 남편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들이 학창시절 때 겪은 고통의 시간들, 하지만 지금까지 잘 견뎌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차분히 구술했다. 그리고 “지금 이 동영상을 보는 10대 동성애자들도 조금만 견디면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동성애자인 테리 밀러 씨와 결혼했으며 현재는 입양한 12세 아들을 두고 있다.

이 동영상은 삽시간에 인터넷에서 퍼졌다. 새비지 씨처럼 학생 때 따돌림을 당했다는 다른 동성애자들도 비슷한 내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일부 커밍아웃을 한 연예인들도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까지 ‘It gets better’라는 제목으로 캠페인에 참여한 동영상은 1000여 개에 이른다. 급기야 19일 클린턴 장관도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클린턴 장관은 동영상을 통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자살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성적 소수자들은 편견과 증오를 극복하고 이를 견뎌야 한다. 당신의 생명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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