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피랍 英구호가 ‘폭탄 조끼’ 터져 결국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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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으로 끝난 구출작전

8일 새벽(현지 시간) 파키스탄과의 접경지역인 아프가니스탄의 한 산악지대. 미군 특수부대의 인질 구출작전이 시작됐다. 미군은 탈레반 대원과 잇단 교전 끝에 영국 여성이 억류된 장소에 도착했지만 그는 폭탄조끼의 폭발로 심한 부상을 입고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지난달 26일 아프가니스탄의 동부 산악지역 쿠나르를 방문했다가 현지인 3명과 함께 무장괴한에게 납치됐던 스코틀랜드 출신 구호활동가 린다 노그로브 씨(36·사진)가 미군의 비밀 구출작전 도중 사망했다. 작전 관계자는 “미군이 도착하자 납치범들이 노그로브 씨에게 입힌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려 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함께 납치됐던 3명은 지난주 석방됐다. 하지만 탈레반이 노그로브 씨의 억류 장소를 계속 바꾸는 바람에 서방 측은 위치 파악과 구출작전 계획에 애를 먹었다.

영국 언론은 미국 국제개발처 산하 DAI에서 아프간 재건 프로그램을 위해 일하던 노그로브 씨가 납치된 이후 서방 언론에 실명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국제사회의 인권 구호활동 분야에서 상당히 알려진 인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탈레반이 더 큰 보상을 요구하고 비밀 구출작전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아프간이슬람통신(AIP)은 9일 탈레반의 지역사령관 무함마드 오스만이 2008년 아프간에서 미군 병사 등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지난달 미국에서 징역 86년형을 선고받은 파키스탄 출신 여성과학자 아피아 시디키 씨와의 교환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그녀는 아프간 국민을 위해 값진 일을 했다”고 강조했다.

노그로브 씨는 페루에서 천연자원 보전과 빈곤퇴치 활동을 벌였으며 유엔 소속으로 아프간 라오스 등 주로 분쟁지에서 광범위한 구호활동을 벌여왔다. 아프간에서는 주로 농촌 개발과 농민 돕기 운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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