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선 親서방 카르자이정권 부패 스캔들

동아일보 입력 2010-09-07 03:00수정 2010-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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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중앙銀특혜대출 파문 확산… 예금인출사태에 부도설까지 5일 오전 7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의 카불중앙은행 정문 앞. 권총으로 무장한 아프간 정보국 요원들이 은행으로 몰려든 수백 명의 예금자를 가로막았다. 가시철조망과 무기를 실은 트럭들까지 동원됐다. 오전 3시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내 돈을 돌려 달라”며 아우성쳤지만 삼엄한 경비를 뚫지는 못했다.

카불중앙은행의 부정부패 스캔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잇단 예금인출 사태가 빚어지면서 아프간 최대 규모인 이 은행의 부도설까지 퍼지고 있는 것. 투자자와 예금자의 거센 분노가 정부를 향하면서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은 물론이고 이를 지원해온 서방국가까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고 6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군과 경찰, 공무원 25만 명의 임금 지급을 책임져온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부정부패 스캔들은 이 은행이 지난주 의혹의 핵심인 고위 임원 2명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친인척에게 무리한 특혜 대출을 해주거나 부실투자를 해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투자자의 불신이 커졌다. 은행이 거액을 투자한 두바이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최근 경영상태가 급속히 악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큰손 투자자들은 이미 수억 달러를 인출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은행이 “곧 100% 정상화될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은행은 대주주들의 자산매각을 동결하고 미국에 적립해 뒀던 예비금 3억 달러를 긴급히 추가 충당했다. 하지만 은행 지분 7%를 소유한 카르자이 대통령의 동생 마흐무드 카르자이의 자산은 동결 대상에서 제외돼 또 다른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다. 그는 카불중앙은행 소유인 두바이의 550만 달러짜리 고급 빌라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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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하던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전전긍긍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아프간 정부가 흔들리면 탈레반이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눈감아 왔던 부정부패 문제가 거꾸로 정권을 무너뜨릴 위험요인이 돼 버렸기 때문. 더구나 아프간 금융시스템은 2001년 탈레반 정부 축출 이후 미국의 지도하에 새롭게 구축해 운영돼 온 것. 예금자 괄람 라술 씨(27)는 “미국 정부가 이 부패 정부를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안 생겼을 문제”라며 “버락 오바마는 카르자이와 함께 고꾸라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한때 미국이 구제금융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카불중앙은행 구제에 미국인의 세금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아프간 정부는 현재 2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검토 중이다. 연간 세수가 12억 달러 수준인 빈국으로서는 버거운 금액이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은 사실상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에 의해 운영된다”며 “이로 인한 사회불안이 탈레반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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