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개방경제’ 물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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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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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부동산투자 기간 99년 보장… 농민 자영업 허용

쿠바 정부가 국유지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임차 기간을 최대 99년으로 크게 늘렸다. 농민의 소규모 자영업도 허용해 과일과 채소 등에 대한 소매 거래가 합법화됐다.

쿠바는 27일자 관보에서 이러한 내용의 경제개혁법령을 공포했으며 법령은 공포 즉시 발효됐다고 AP통신이 28일 전했다. 이번 경제개혁에는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국제적인 반향이 두드러진 것은 부동산 소유 법령의 개정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유지 임차 기간은 50년이었고 최대 75년까지 연장이 가능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불만이었다. 외국의 부동산개발 및 관광시설 운영 업체들은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선 기간을 99년으로 늘려야 한다”며 쿠바 정부를 압박했고 성공을 거뒀다.

쿠바 정부는 임차 기간을 연장하면서 임차 기간의 이자율까지 낮춰 외국 기업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호의적이다. 캐나다 밴쿠버의 관광개발업체인 레저캐나다의 로빈 코너스 대표는 “우리는 엄청난 변화의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라며 “이건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내년에 수도 아바나 인근에서 대규모 호화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작고 아름다운 섬들이 늘어선 쿠바 남부 해안의 개발도 준비 중이다. 부동산 소유법 개정과 함께 ‘제국주의 스포츠’로 금기시됐던 골프 산업도 호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에센시아호텔리조트그룹이 쿠바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3억 달러(약 3600억 원) 규모 리조트 건설 계획에는 800채의 호화 아파트, 100채의 빌라 외에 18홀 골프코스가 포함돼 있다.

농민들의 자영업 확대는 이달 초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약속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진 조치다. 그동안 영세 농민들의 불법 노점 거래로 만들어진 시장을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안겠다는 것. 이전에도 일부 농민에게 소규모 농지를 사유하고 일구는 일은 허용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농민이 자기 땅에서 기른 농작물을 내다 팔 기회를 가지게 됐다. 물론 정부도 이번 조치에 따른 세수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농산물 판매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쿠바의 반체제인사이자 국가경제학자였던 오스카르 에스피노사 체페 박사는 이번 경제개혁에 대해 “제한적이긴 하지만 쿠바의 상황에 맞춘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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