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광산업 불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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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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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30억달러 투자… 5년전보다 100배↑
WSJ “글로벌 M&A큰손”

중국과 홍콩 기업들의 지난해 해외 광산업 인수 및 투자 규모가 5년 전에 비해 무려 100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전 세계 원자재 공급 시장을 빠른 속도로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숫자로 나타나는 속도는 새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중국의 모습은 먹으면 몸집이 불어나고, 몸집이 불어나면 다시 더 많이 먹어야 하는 불가사리와 흡사하다고나 할까.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중국이 해외 광산 인수에서 여러 차례 실패한 교훈과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광산업 인수합병(M&A)에서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자본시장 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홍콩 기업의 해외 광산업 M&A 규모는 130억 달러로 2005년에 비해 100배나 증가했다. 올해는 속도가 더 빠르다. 이달 중순까지 중국 기업의 해외 광산업 M&A 투자는 건수로는 76건, 금액으로는 83억 달러에 이르렀다. 지난주에도 ‘산둥강철’은 시에라리온에서 철광산을 개발하는 다국적 철광석생산업체 ‘아프리칸 미네랄’에 1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데릭 시저스 연구원은 중국의 해외 원자재 시장 투자 규모는 2014년까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특히 국제 금융위기를 기회로 투자 규모를 급속히 늘렸다. 지난해 전 세계 해외 광산업 관련 M&A에서 중국의 투자 비중은 30%를 넘었다. 1%에도 못 미쳤던 2004년과 7.4%에 불과했던 2007년에 비해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의 돈주머니가 커짐에 따라 지금은 외국 기업들이 오히려 중국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광산 관련 법률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데이비드 레드퍼드 씨는 “내가 거래하는 광산 회사들 중 중국의 투자를 바라는 회사가 3년 전 30%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80%에 이른다”고 말했다.

중국의 국영기업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규모가 큰 해외 광산 기업 인수에 역량을 집중했다가 번번한 좌절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에 교훈을 얻어 민영 중소기업, 홍콩 투자자 등으로 투자 주체가 다양해지고 인수방식도 노련해졌을 뿐 아니라 성공률도 높아졌다. 투자은행인 BOC인터내셔널의 아미 청 광산투자 책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투자 제안은 대다수가 거절됐지만 지난해에는 시도한 프로젝트의 75%를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중국이 해외 광산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지위를 유지하려면 값싼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전 세계 구리의 33%와 비금속의 40%를 소비하고, 세계 강철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해외 투자에서 주목할 점은 광산업이 발달한 호주와 캐나다가 집중 공략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호주 광산업 관련 M&A의 40%를 중국이 차지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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