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남편’ 길들이는 ‘사랑의 묘약’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30일 14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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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진다. 아기가 울면 아내보다 먼저 달려가 달래주고 아이들과 기꺼이,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아내가 말하기도 전 속마음을 눈치채고 희망사항을 들어준다….

이러한 남성상은 기혼 여성들의 '로망'이자 미혼 여성들의 '희망'일 터. 그러나 이와 정반대인 '마초남'마저 부드럽게 개조해주는 '사랑의 묘약'이 해외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30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독일 본 대학 연구팀이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옥시토신이 마초적인 남성을 보다 부드럽고 친화적인 성격으로 길들이는데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옥시토신(뇌하수체 후엽 호르몬)은 원래 산모에게 진통을 유발해 분만을 촉진시키거나 산모가 아기에게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연구진은 이 호르몬이 함유된 약물을 코 스프레이를 통해 실험군 남성들에게 투여하고 어린 소녀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 슬픈 사진들을 보여준 결과 이들이 대조군 남성들에 비해 더 큰 감정 동요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본 대학의 레네 후를레만 박사는 "실험군 남성들의 감성도는 여성 평균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남성우월론자조차 슬픈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거나, 쇼핑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감성적인 사람으로 개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스프레이의 지속 효과는 아직 정확히 검증되지 않았다.

한편 뉴로사이언스 저널 역시 비슷한 종류의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남성들에게 컴퓨터로 간단한 퀴즈를 풀게 한 후 정답을 맞힐 경우 웃는 얼굴의 캐릭터를, 틀릴 경우 찡그린 얼굴의 캐릭터를 화면에 보여준 결과 옥시토신 함유 약물을 투여한 실험군의 정답률이 더 높았다는 것. 이는 "실험군 남성의 경우 웃는 얼굴 캐릭터를 일종의 보상으로 생각할 정도로 감성도가 민감해졌음을 나타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옥시토신은 그간 자폐증이나 수줍음 치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성들을 보다 감성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이 호르몬이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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