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국정권 정변 때 승인 잣대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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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키예프 ‘NO’… 셀라야 ‘YES’
사태 파악때까지 ‘기다림 전략’

반정부 시위로 축출된 친미 성향의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피신한 지 일주일 만인 13일 처음으로 사임 의사를 내비쳤다. 키르기스스탄 주재 미국대사관은 하루 전인 12일 “미국은 바키예프를 보호하거나 키르기스스탄을 떠나도록 도울 계획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바키예프 대통령을 쫓아낸 과도정부 지도부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국무부는 또 대표단을 키르기스스탄에 파견하기도 했다.

반면 2009년 6월 온두라스에서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이 쫓겨났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수개월 동안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셀라야 대통령의 복귀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둘 다 정상적인 집권 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미국의 대응은 너무 달랐다. 미국이 신속하게 키르기스스탄 과도정부를 승인한 까닭은 무엇일까.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3일 키르기스스탄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어떤 기준으로 외국 정권을 대화상대로 승인하는지를 분석했다.

FP에 따르면 미국에는 외국 정권 승인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 또 승인 대상은 특정 정권(또는 정부)이 아니라 국가 단위가 된다. 20세기 초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멕시코의 독재자 빅토리아노 우에르타를 비민주적인 지도자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등 미국은 ‘승인 카드’를 외교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대만의 반공(反共)정부를 승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미국은 승인을 둘러싼 갈등에 가급적 끼어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FP는 지적했다. 결코 다른 나라에 앞서 새로운 외국 정부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며 사태가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을 주로 구사한다는 것. 온두라스 쿠데타 때도 미국은 셀라야 대통령의 축출을 불법으로 규정한 남미 국가들의 대열에 편승했다.

군사쿠데타는 특별하게 취급된다. 미국 연방법에는 정당하게 선출된 외국 정부의 지도자가 쿠데타로 축출될 경우 해당국 지원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외국에서 정변이 일어났을 때 ‘쿠데타’라는 낙인을 찍는 데 주저하는 편이다. 쿠데타로 정의하면 당장 지원을 중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부에 지원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질서가 회복됐다는 것을 의회 등에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FP는 외국 정부를 승인하는 문제와 외교관계를 맺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란 및 미얀마와 수교하지 않고 있으나 정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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