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소탕… 테러범 색출… “아프간전 美최정예군 양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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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장교 훈련소 버지니아주 콴티코 기지를 가다

실제 아프간인 모의전투에 배치
시가전 훈련-검문요령 익혀
매년 2500명 6개월간 교육받아
95%가 아프간-이라크에 배치

실전 같은 훈련3일 미 버지니아 주 해병대 양성 전진기지인 콴티코 기지에서 예비장교들이 가상 전투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실전 투입되는 상황을 설정해 연막탄이 터지고 소총 소리와 폭발음이 난무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건물을 장악하는 훈련이다. 콴티코=최영해 특파원
실전 같은 훈련
3일 미 버지니아 주 해병대 양성 전진기지인 콴티코 기지에서 예비장교들이 가상 전투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실전 투입되는 상황을 설정해 연막탄이 터지고 소총 소리와 폭발음이 난무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건물을 장악하는 훈련이다. 콴티코=최영해 특파원
《“쾅!” “콰광!” 굉음이 귓전을 때렸다. 잿빛 건물 위로 빨간 화염이 하늘로 치솟았다. “앞으로! 앞으로!” 소대장의 고함에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건물로 뛰어든다. 계속되는 총소리. 건물 안에 숨은 적군의 반격이 만만찮다. 영하의 매서운 날씨에 가랑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는 이곳은 아프가니스탄 전장을 그대로 재현한 미 해병 장교들의 훈련소. 미국 워싱턴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 달리면 닿는 버지니아 주 콴티코 기지다. 기자가 3일 방문한 이곳에선 ‘골프 컴퍼니’에 소속된 244명의 해병 장교 훈련생들이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도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소위와 중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이들은 이곳에서 6개월간 군 지도자로서의 리더십 교육을 중심으로 한 기본훈련과정(TBS·The Basic School)을 마쳐야 한다. 그리고 이들 중 95%는 아프간과 이라크에 배치된다.》

○ 시가전에서 탈레반 소탕하기

기자를 태운 군용차량이 기지 정문을 들어선 것은 3일 오전 7시 반경. 차를 타고 한참 들어가서야 훈련장에 도착했다. 콴티코 기지의 규모는 총 260km². 트레이닝코스만도 106km나 된다. 수용인원은 군인과 군무원 및 가족을 포함해 1만2000여 명에 이른다. 훈련장에 도착하자 기자에게도 방탄조끼와 철모가 주어졌다. 배포된 서약서에는 훈련 참관 과정에서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그럴 경우 부대의 응급치료를 받는 것을 허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처음 들른 곳은 아프간의 한 시가지를 그대로 본뜬 훈련장이었다. ‘MOUT 훈련’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적군이 건물 곳곳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어디서 공격을 해올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한 훈련. 적군 16명이 시내 건물 곳곳에 숨어 있고 시가전을 벌여 46명의 미군이 건물을 장악한다는 시나리오다. 피아가 잘 구분되지 않는 아프간의 특수상황을 감안한 훈련이다.

근처 야산에서 “Fire(발사)!”라는 소대장의 고함 지시에 시가지는 한순간에 전투장으로 변했다. 콘크리트 회색 건물로 둘러싸인 모의 전투장에선 귀를 찢는 듯한 총소리와 대포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아프간 반군이 장악한 10여 개의 건물을 소탕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30분이 되지 않았다. 총알만 장전하지 않았을 뿐 총소리와 포탄소리, 화염은 실제와 똑같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총을 맞고 널브러진 미군도 곳곳에 눈에 띈다. 탄피가 곳곳에 흩어졌고 ‘M18 SMOKE’라고 적힌 연막탄은 노랑 파랑 빨강 보라 등의 색깔을 공중에 뿌렸다. 전투를 끝낸 이들은 근처 강당에서 방금 끝난 전투상황을 컴퓨터로 분석하며 작전상 문제는 없었는지 즉석 토론을 벌였다.

○ 사제폭탄 범인을 찾아라

이어 또다시 군용차량을 타고 10여 분 달려 도착한 곳은 아프간 시장과 주택을 모방한 훈련장. 아프간인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나타나는 등 역시 아프간의 실제 상황을 재현해 놓고 작전이 시작됐다. 이날 미군의 임무는 사제폭탄을 만드는 탈레반 3명을 색출해 내는 것이었다. 군인들은 우선 시장 내 상인들을 격리하고 집집마다 샅샅이 수색했다.

한 집에서 격렬한 총소리가 난 후 범인 3명이 사살되었고 미군 1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전투 현장에 배치된 아프간인들은 실제 미국에 이민 온 아프간 출신 사람들이었다. 제프 랜디스 소령은 “이들의 신분이 알려지면 아프간에서 가족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절대 사진을 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플로리다에서 중고 자동차 딜러 일을 하며 파트타임으로 이 일을 한다는 한 아프간 남성(62)은 “이민 온 지 10여 년이 지났다”며 “전쟁이 끝나면 아프간으로 가고 싶은데 왜 전쟁이 이렇게 오래 계속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곳에선 아프간 트럭을 검문하는 훈련이 한창이었다. 장교들은 탈레반들의 차량 폭탄 테러에 대비해 검문검색을 효율적으로 하는 요령을 배웠다. 또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은 아프간 주민을 검문하는 기술도 습득했다.

○ “훈련 힘들어도 자부심 높아”

1917년에 세워진 콴티코 해병훈련 기지에서는 매년 2500명의 해병 장교가 리더십훈련을 받는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에서 ROTC 과정을 마친 소위와 해군사관학교 출신 및 공군 조종사들이 다시 해병 장교로 지원해 훈련받는 경우가 많다. 전차 조종수와 헌병 정보장교 등이 해병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은 이곳에서 6개월 동안 기본훈련과정을 이수한 뒤 다시 4개월 동안 자신의 전공에 따라 전문훈련과정을 밟고 아프간과 이라크 등에 집중 배치된다.

기본 장교훈련과정을 끝내고 조만간 일본 오키나와 기지로 갈 예정인 주디 캐스트너 소위(22·여)는 “장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리더십을 고취하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다”며 “훈련할 때 여자라고 해서 봐주는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1989년부터 21년 동안 해병에 근무하면서 소말리아와 동티모르 예멘 아프간 등지에 파병되기도 했었다는 랜디스 소령은 “해병은 군대에서도 자부심과 자긍심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콴티코(버지니아 주)=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아이비리그 졸업생들 해병지원 부쩍 늘어”
■ 장교훈련 총사령관 스미스 대령


아프가니스탄 시가지 모의전투훈련이 막 끝날 무렵 TBS(The Basic School·장교훈련기본과정) 총사령관인 조지 W 스미스 대령(사진)이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미국은 지금 전쟁 중”이라며 “많은 해병이 아프간에 배치 받으려고 자발적으로 손을 들고 있으며 해병에 계속 남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장교 훈련생들은 앞으로 어디에 배치되나.

“내년이나 후년에 대부분 아프간으로 가게 될 것이다. 아프간 전황에 따라 수요가 늘면 더 많이 배치할 것이다. 해병장교들은 아프간에 가게 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아프간 전쟁에 대한 장교교육의 초점은 어디에 맞춰져 있나.

“아프간의 문화를 잘 이해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그래야 우리가 수행하는 작전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해병장교 상(像)을 제시한다면….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모범이 돼야 한다. 적극적으로 헌신하고 주도하는 해병이 돼야 한다.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 해병의 리더로서 양심을 걸고 전쟁에 흠뻑 빠져야 한다. 위대한 해병이 된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독해야 한다.”

―젊은 장교들이 아프간전에 참여하겠다고 앞 다퉈 손을 드는 이유는….

“2001년 9·11테러 이후 이런 젊은 장교가 부쩍 늘었다. 놀랄 정도다. 4년 동안 해병에서 복무한 장교라면 아프간과 이라크에 모두 다녀온 군인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해병에 계속 남겠다고 손을 들고 있다.”

―애국심 때문인가.

“복합적이다. 젊은 군인들은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려고 한다. 지금 세대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도전하고 싶어 한다. 미 전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최근에 하버드대 졸업생 몇 명이 해병장교로 지원했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학생도 많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해병장교를 지원한다.”

―여자 장교 훈련생이 여럿 눈에 띈다.

“남자들과 똑같이 훈련한다. 이라크와 아프간의 긴박한 상황을 보면 남자 여자 차별을 할 수 없다. 남자 장교든, 여자 장교든 해병을 이끄는 리더가 돼야 한다.”

“10%는 여성… 남자들과 똑같은 훈련해냈다”
■ 女훈련생 엘러드 소위


미국 해병장교 훈련은 남자도 버티기 힘들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장교훈련생의 10%가량이 여자다. 시가지전투훈련을 마친 브리틴 엘러드 소위(23·사진)를 만나 여자로서의 어려움은 없는지 들어봤다. 그는 지난해 켄터키 주의 버레아대(마케팅 전공)를 졸업했다.

―언제 해병장교가 되기로 결정했나.

“작년 5월 대학을 막 졸업하고 나서였다. 대학 졸업 후 일주일 뒤에 해병장교 훈련에 입문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할아버지가 해병대 중위였다. 베트남전에도 참가했다. 해병대에 근무한 삼촌의 영향도 컸다.”

―전쟁터에서 죽을 수도 있는데….

“죽음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다. 전장에 배치되면 죽을 수 있다는 위험을 알고 있지만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부모님이 해병장교가 되는 것을 허락했나.

“처음엔 많이 걱정했다. 허락받는 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얘기하고 함께 기도했다. 이제는 부모님은 내가 하는 일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어디에 배치되기를 원하나.

“내가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 외국이라면 어디든 좋고 중동지역이라면 더욱 좋다.”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될 가능성은 없나.

“있다. 나는 행정장교다. 지원업무를 책임지기 때문에 아프간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편이다.”

―훈련할 때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남자들과 똑같은 무게의 짐을 들어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남자에 비해 체력적인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나는 모두 해냈다.”

―오늘 훈련은 어땠나.

“정말 멋있었다. 비록 실제 상황은 아니었지만 시가전에 처음 참여했다. 긴장되기도 했으나 아주 효과적인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아프간전쟁에 대한 생각은….

“중립이라고 말하고 싶다.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따를 뿐이다.”

―계속 군인으로 남을 생각인가.

“일단 8년 동안 하겠다고 약속했다. 4년은 의무복무 기간이고 나머지 4년은 내가 원하면 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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