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기니의 기적’… 평화적 정권이양 길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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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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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국제사회 제재조치에 결국 승복
지난달 “향후 6개월내 대선실시”
野지도자 총리 임명 선거관리 맡겨

1년여 전 쿠데타가 일어났던 아프리카 기니에서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쿠데타와 독재가 잦은 아프리카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오랜만에 국제사회의 제재조치가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분석했다.

지난달 16일 기니 군부와 정당들은 향후 6개월 내에 대통령 선거를 실시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어 19일 야당 지도자인 장마리 도레 씨(71)를 총리로 임명해 선거 관리를 총괄하도록 했다. 도레 총리는 정당과 군부, 지방정부 대표가 참여하는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시디아 투레 전 총리는 “두 달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1958년 기니가 프랑스에서 독립한 뒤 세쿠 투레 초대 대통령은 1984년 사망할 때까지 26년간 집권했다. 이어 군부 지도자였던 란사나 콩테 대통령이 24년간 통치했고, 2008년 12월 콩테 대통령이 사망하자 다음 날 무사 다디스 카마라 대위(36)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카마라가 민간에 정권을 넘기지 않고 계속 집권할 조짐을 보이자 지난해 9월 5만여 명이 수도 코나크리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해산과정에서 군이 발포해 적어도 156명이 목숨을 잃고, 109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

미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기니에 대한 원조 중단, 군정 주요 인사들의 해외여행 금지 등 제재를 가했다. 해외 원조가 국가 재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니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서며 압박을 더했다.

발포 책임을 놓고 군부에서 내분이 벌어지던 중 지난해 12월 카마라의 측근이 카마라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카마라는 머리에 총상을 입고 치료차 해외로 나간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군정을 이끌고 있는 세쿠바 코나테 장군은 온건 성향으로 정권을 민간에 넘기는 데 찬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직 기니의 장래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군부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고, 대선이 순탄하게 실시될 수 있도록 정치 지도자들이 협력해야 성공적인 정권 이양이 가능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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