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살아있는데 지진고아라며 해외 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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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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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정부 “어린이 납치”… 서류미비 美단체 10명 체포

고통없이 자랐으면…
무너진 땅에서도 생명은 태어난다. 지난달 31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 두 명이 수건에 싸여 곤히 자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고통없이 자랐으면…
무너진 땅에서도 생명은 태어난다. 지난달 31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 두 명이 수건에 싸여 곤히 자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지진고아를 위한 구호활동이냐 어린이 밀거래냐.’

강진 발생 20일째인 아이티에서 해외로 이송되고 있는 어린이 문제가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이티 경찰 당국은 지난달 31일 생후 2개월에서 14세까지 어린이 33명을 데리고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건너가려던 미국국적 구호단체(New Life Children's Refuge) 회원 10명과 아이티인 2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입양서류를 요구했지만 그들은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포르토프랭스 공항 근처 교도소에서 붙잡힌 구호단체 로라 실스비 대표는 “(우리 활동은) 100% 이타주의적인 구호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말 그대로 지진으로 부모를 잃거나 버려진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티 주재 미국대사도 “이들이 붙잡힌 건 이민자 관련법을 어겼다는 아이티 정부의 주장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이티 정부는 “어린이 납치”라고 비판하며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어린이 밀거래가 지진 후 사회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고, 자칫 어린이 해외밀거래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브 크리스탈린 사회부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입양이 아닌 유괴(abduction, not an adoption)”라고까지 표현했다. 구호단체 주장과 달리 국경을 넘는 아이들 중에는 부모나 가족이 살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티 주재 국제탁아소장 패트리샤 바르가스 씨는 “7세 이상 어린이들과 얘기한 결과 몇 명의 부모는 생존해 있고 몇 명은 우리에게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적어줬다”고 말했다. 아이티 사회복지협회 잔베르나르드 피에르 이사는 “한 사람이 어린이 140명을 모으기도 했다”며 “당국의 허락 없이 아이를 해외로 이송하는 것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협회는 국경을 넘는 아이들이 납치된 건지, 부모의 승인아래 입양되는 건지 알 수 있도록 서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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