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2세 美교통부 부차관보 데이비드 김이 말하는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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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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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사회의 유리천장요? 나를 깨고 소통하세요
학점에 연연하지 말고요 삶의 멘터를 만드세요
그럼 조금씩 깨집니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스스로를 세상에 던져라. 끊임없이 세상,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라. 학교에서 줄곧 A학점을 받는 것보다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다양한 세상사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7월부터 육상, 해상, 항공 등 미국의 교통행정을 관장하는 교통부의 부차관보로 임명된 데이비드 김(김성철·47·사진) 씨는 한인 2세로 미국 공직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한인들의 미국 주류사회 진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고립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방관자로서 사회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직접 내 이해관계를 걸고 참여자로서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차관보와의 인터뷰는 22일 오후 워싱턴 연방교통부 청사 8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1시간 동안 이뤄졌다.

―성공적인 공직생활을 걷고 있는데….

“아주 젊은 시절부터 공직에서 봉사한다는 뜻을 굳혔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목표의식이 확실했다. 운이 좋게도 지방정부, 주정부, 그리고 연방정부 등 모든 단계의 공직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다.”

―공직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 생각에는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원활하게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들은 학점을 중요하게 여기고 학교에서 늘 A학점을 받아 오는 학생을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A학점이 반드시 사회에서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방과 후 과외활동에 이르기까지 내가 갖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다.”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부모들이 앉아서 가르쳐 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길을 가르쳐 주는 정신적인 멘터의 존재가 중요하다. 내 멘터는 노먼 미네타 전 교통부 장관이다. 일본계 미국인으로 아시아계 이민2세라는 점에서도 내 역할모델이 됐다.”

―한국에서 당신을 역할모델로 삼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아직 팬레터를 받지는 못했다.(웃음) 최근 학부부터 미국에서 다니거나 조기유학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안다. 내 친척도 비슷한 경우다. 젊은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내가 어디에 살던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직 투신의 계기는 무엇인가.

“부모의 삶이 내 삶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어머니는 취학 전 학생을 가르치는 보육원 교사로 미국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고등학교에서는 성상담 교육을 했다. 아버지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애리조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

―부모들의 삶에서 무엇을 배웠나.

“다른 사람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동료 한국인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1970년대 중반 억울한 누명을 쓰고 복역하던 이철수 씨를 구명하기 위해 응접실에서 밤새도록 회의하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 어찌 보면 미국의 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저항이었다. 혼자가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최선을 다했다. 각자 맡은 분야의 전문지식을 총동원해 힘을 합쳤다. 지역사회의 현안에 귀를 기울인 것이고 도움을 바라는 약자의 부름에 응한 것이다.”

―소수민족으로서 공직생활에서 느끼는 좌절감은 없었나.

“완전히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한적이고 미묘한 차별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한국계로서는 행정부에서 차관보가 최고였다. 아직은 유리천장(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는 셈이다. 한국계 미국인은 물론 아시아계 미국이민자들이 아직은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지 동떨어진 섬에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인연이 있나.

“학교를 다닌 기간이 겹치지 않지만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옥시덴털칼리지 선후배 사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한번 만난 일은 있다. 그 후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데이비드 김=△1963년생 △교통부 부차관보 △옥시덴털 칼리지(정치외교학), 남캘리포니아대(USC) 석사(행정학) △로스앤젤레스 교통국 국장, 부행정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보 △캘리포니아 주연방하원 하비어 베세라 의원 특별보좌관△코리안아메리칸연대(KAC)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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