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韓정권 내세우면서 ‘독도’ 콕 찍긴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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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고교 해설서 “영토문제는 중학교때 배운대로”

우익여론도 의식해 영유권 절묘하게 포장

관계 개선 노력으로 볼지, 기존 주장 되풀이로 볼지
한국정부 대응수위 고민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역사지리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라는 표현을 직접 명기하지 않으면서 영유권을 간접적으로 주장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영토문제와 한일관계에 대한 배려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앞으로 해설서에서 추가되는 구절은 ‘중학교에서의 학습을 토대로 해서’ ‘영토문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대목뿐이다. 현재 해설서와 달라진 부분이 없는 듯 애매한 표현 같지만 이것이 뜻하는 바는 지난해 7월 개정된 중학교 사회과 해설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엔 ‘우리나라와 한국과의 사이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며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한마디로 “중학교 해설서를 바탕으로 해서 고교생에게도 영토문제를 가르치라”는 간접 지침이며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내년부터 고등학생들은 중학교에서 ‘독도 영유권’에 대해 배우고 올라오기 때문에 교육의 일관성이란 측면에서 이를 안 가르치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독도’를 직접 명기하면 한국이 강력 반발할 게 뻔한 상황에서 교묘하게 줄타기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일본 정부가 고교 교과서 해설서에서 영토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다룰 것이란 점은 예견돼 온 일이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민주당 간사장 시절이던 올 7월 말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영토문제는 국가의 주장이기 때문에 이것을 (교과서에) 적는 것을 이상하다고 하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서로의 주장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 후 양국 정상이 빈번하게 만나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의 친한(親韓) 행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독도’ 표현을 해설서에 직접 담기에는 부담을 느꼈음직하다. 자칫하면 민주당 정권의 ‘아시아 중시 외교’ 행보가 일그러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일본 국내의 보수층 여론도 적지 않게 의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참의원 선거를 중시하고 있는 민주당 정부로서는 해설서에서 영토문제를 아예 빼버렸을 경우 자민당과 보수층의 대대적인 공세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 외교 당국자가 24일 “일본 정부는 해설서가 공식 발표되는 25일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내의 반응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한편 한국 정부는 성명 또는 논평 발표, 일본대사 소환 등 대응 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독도라는 표현이 빠진 데 대해서는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하토야마 정부의 노력이라고 보면서도 근본적으로는 기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양국 정부가 이번 사안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교사가 학교수업에서 교과서를 가르칠 때 지침으로 삼는 것이다. 교과서 검정의 기준으로 제도적인 구속력을 갖는 학습지도요령보다는 구속력이 낮다. 일본의 민간 출판사들은 문부과학성의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서를 참고해 교과서를 펴내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교과서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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