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결합한 지하드 ‘自生테러리스트’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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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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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포린폴리시誌 현황분석
“지하드(성전·聖戰)는 이제 특정 지역에 의존하지 않는다. 어떤 국경도 장벽도 막을 수 없는 글로벌 현상이다.”(미국 출신 예멘인 이슬람 지도자 안와르 알올라키)

테러전문기관의 사주를 받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활동하며 극단주의 테러음모를 꾸미는 사람을 일컫는 ‘자생(home grown) 테러리스트’가 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8일 미 정보당국이 의회에 보고한 ‘자생 테러리스트’ 현황을 집중 분석했다.

알바니아계 이민자로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살아온 이슬람계 남성 6명은 지난해 뉴저지 주 미군기지인 포트딕스에서 자동소총을 난사하고 로켓추진 유탄발사기를 이용해 미군을 살해할 음모를 꾸민 혐의로 지난해 유죄평결을 받았다. 이들은 피자 배달원, 택시운전사, 인테리어 업자들로 평소 힙합에 심취하고, 아랍어도 할 줄 모르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인터넷에서 테러선동 비디오를 접한 뒤 완전히 달라졌다. 또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의 테러 훈련캠프에는 가보지도 않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사제폭발물 제조법과 테러수법까지 배울 수 있었다.

지난달엔 미국 시카고에 사는 파키스탄계 미국인 2명이 마호메트를 비하한 만평을 실은 덴마크의 신문사에 테러공격을 기도했다가 검거됐으며, 올해 9월엔 콜로라도 공항에서 셔틀버스 운전사로 일하던 나지불라 자지가 뉴욕 한복판에서 폭탄 테러를 기도했다가 검거됐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운영되는 과격한 이슬람 웹사이트를 오랜 기간 보아오다 스스로 극단주의를 선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탈레반에 납치됐던 뉴욕타임스 기자 데이비드 로드는 “감시하던 경비병들의 가장 큰 소일거리는 지하드 비디오 시청이었다”며 “이 비디오는 잔인하게 반복되는 ‘스너프 필름’(실제 살인 장면을 찍은 영상)이었다”고 증언했다.

최근 미국 포트후드 기지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벌인 니달 말리크 하산 소령은 인터넷을 통해 자살폭탄 테러를 예찬해 온 것으로 밝혀져 미국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하산 소령은 사건을 벌이기 전 미국 시민권자로서 2002년부터 예멘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슬람 지도자 알올라키와 10∼20통의 e메일을 교환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간부였던 테러리즘 전문가인 마크 세이지맨은 지난달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5년간 서구에서 발생한 테러리즘 음모의 80%가 해외 또는 전문 테러조직과 연계되지 않은 자생 테러그룹에 의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큰 피해를 본 알카에다는 인터넷을 통해 ‘외로운 늑대(lonely wolf)’로 불리는 자생 테러리스트를 키우는 전술을 택했다”며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서방에 살고 있는 성난 무슬림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생 테러리즘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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