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亞중시 외교 주춧돌 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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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 日 ‘외국인 지방참정권’ 추진
‘우애사회 건설-과거사 정리위해 필요’ 판단한듯
우익세력 반대 거세… 법안 조기처리는 불투명

일본 내에서 재일동포를 비롯한 영주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두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민주당 정권의 양대 축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이 8·30 총선 후 한 달 남짓 동안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만도 여러 차례다. 22일 하토야마 총리가 내년 1월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내비침에 따라 여권은 조만간 당 내외 의견수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정부와 하토야마 총리에게 이 문제는 스스로 내세우고 있는 정치철학은 물론이고 외교방침과도 직결된다. 하토야마 총리가 표방하고 있는 우애사회 건설, 아시아 중시 외교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일동포의 지방참정권 문제는 한일 과거사 정리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외국인과 달리 재일동포는 일제 식민지 지배로 일본에 강제 거주하게 된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걸 민주당 정부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과거 역사를 직시할 용기를 갖고 있다”는 하토야마 총리의 발언은 이 문제도 의식한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영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아시아 중시 외교는 물론이고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양날의 칼이다. 민주당이 8·30 총선 정책집에서 영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도 정작 공약집에서 뺀 것은 이 문제의 민감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적지 않은 우익세력은 “일본 정치를 왜 외국인 손에 맡겨야 하느냐”는 논리로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목소리가 큰 우익들을 잘못 자극했다간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

반면 60만 명에 이르는 민단의 정치적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민주당과 공명당이 관련 법안 제출 방침을 흘리면서 앞 다퉈 민단을 끌어들이려고 애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좌에서 우까지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도 두 갈래로 나눠져 있다. 지난해 1월 30일 동시에 발족한 민주당 내 ‘찬성 모임’과 ‘반대 모임’에는 각각 65명과 21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조만간 논쟁이 불붙으면 두 모임이 세력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체로 민주당 내 여론은 3분의 2 정도가 찬성, 3분의 1 정도가 반대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국가전략상,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 지바 게이코(千葉景子) 법무상 등 정권 지도부가 대부분 찬성 쪽이라는 점이다.

정권 핵심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내년 1∼6월 열리는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뜻을 밝히고 있는 이상 일단 관련 법안은 내년 초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안 처리는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전에는 가능한 한 민감한 안건을 처리하지 않으려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방침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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