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1조4200억달러… 오바마 핵심정책 발목 잡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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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3시 00분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재정적자의 ‘덫’에 걸렸다.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넘겨받은 것에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지출이 더해져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 지난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치로 기록되자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16일(현지 시간) 9월에 끝난 2009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1조420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도 4550억 달러보다 무려 3배나 많은 규모이며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라 세수는 크게 줄어든 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경기 부양책으로 정부의 지출이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9 회계연도에 세입은 전년 대비 16.6% 감소한 반면 세출은 18.2% 급증했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올해 2월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대규모 재정을 동원해 경기를 지탱해 왔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있어 세수가 갑자기 늘어날 여지도 없는 데다 정부 지출을 줄이기도 어렵다. 오바마 정부는 향후 10년간 총 9조 달러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정적자가 급증하니 국가채무도 급증하고 있다. 해마다 적자를 메우는 국채를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990년대 초 30%에서 현재 50%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향후 10년 이내에 10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속도로 적자가 늘면 국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높아지고 민간기업과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늘면서 경기회복세도 꺾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재정적자 문제가 건강보험 개혁, 추가 경기부양 조치,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소외계층 지원 등 오바마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화당은 재정적자와 실업률 두 가지 이슈를 앞세워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이 재정이 얼마나 투입될지 모르는 건강보험 개혁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이를 반대하는 공화당으로서는 ‘안성맞춤’의 카드인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혁에 따른 정부 지출은 9000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2차 경기부양책을 통해 경기회복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지만 재정적자 우려 때문에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여력도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재정적자 문제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추가 파병을 찬성해온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까지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아프간 추가 파병으로 정부 지출이 1조 달러 정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오바마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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