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노벨상 수상에 가장 속쓰린 사람?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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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된지 9개월 만에, 별로 내세울만한 업적도 없는 상태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 그는 이 상을 거부하고 상금 14만 달러도 반납해야 한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적임자인가에 대한 논란이 미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노벨평화상 소식이 전해진 지난 주 금요일 아침 지구상에서 가장 불편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평론가인 알 케이먼은 12일(현지시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꼽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중동 평화협상에 적극 나서고 북핵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었다. 또 아프리카에 인도주의적 개입을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퇴임 후 '클린턴글로벌이니셔티브'라는 재단을 만들어 사회봉사 활동을 폭 넓게 했고 최근에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평양으로 날아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해 이들을 구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벨위원회는 끝내 그를 외면했다. 클린턴을 더욱 속 상하게 하는 것은 최근 20년 동안 미국 역대 민주당 대통령 중에서 유독 자신만 노벨평화상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단임이었지만 클린턴 대통령 재임 중 북한 특사의 공적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또 클린턴 대통령 당시 부통령을 지낸 엘 고어 또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오른 오바마 마저 이번에 노벨평화상을 거머쥐었으니 클린턴으로선 여간 속 쓰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에도 노벨평화상 수상을 내심 기대했지만 무위에 그침에 따라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 위한 기자단의 투표에서 다시 탈락한 것처럼 쓴 맛을 봤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 입성을 위한 기자단 투표가 은퇴 후 15년 시한이 정해져 있지만 노벨평화상은 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가 살아 숨쉬는 한 얼마든지 수상을 노려볼 만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인도의 영혼 간디와 냉전을 종식시킨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노벨평화상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위로와 함께.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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