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고용없는 회복’ 세계경제 덮치나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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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9월 비농업취업자 26만↓
유럽-일본도 高실업률 우려
더블딥 비관론 다시 고개
한국 형편 낫지만 안심못해

경기침체라는 폭풍우를 가까스로 벗어난 세계 경제에 미국발(發) ‘고용 없는 회복’이라는 먹구름이 다시 드리워졌다.

미국 노동부는 9월 비(非)농업부문 취업자가 26만3000명 감소했다고 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이는 예상치 17만5000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미국의 9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자 세계 경제가 ‘더블 딥(double dip·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하더라도 높은 실업률이 이어지면 결국 소비가 줄어들어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지거나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실물 경기도 좋아지고 있지만 고용 부문의 회복은 여전히 부진하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이후 두 차례의 경기회복 과정에서 경험했던 고용 없는 회복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후행 지표인 실업률은 대개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이후 짧은 시간 내에 하락세로 돌아선다. 하지만 1990년대 및 2000년대 초반의 경기회복 과정에서는 각각 15개월과 19개월 동안 느리게 상승했다.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오삼일 조사역은 ‘미국의 고용 없는 경기회복 재연 가능성’이란 보고서에서 “경기침체가 바닥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은 경기회복이 확실해질 때까지 될수록 정규직의 고용을 늦추면서 기존 직원의 초과근무, 임시직 고용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 없는 회복에 대한 우려는 미국을 넘어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 역시 고공 행진 중인 실업률 때문에 불안한 상태다. 일본의 실업률은 8월 말 현재 5.5%로 7월 말(5.7%)보다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주요 기업들이 당분간 신규 채용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전망은 밝지 않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8월 말 실업률은 9.6%로 1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비교적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 중인 한국 역시 남은 과제는 고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실업률은 8월 말 현재 3.8%로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한국의 실제 체감 실업률이 11%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9년 세계 고용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말까지 OECD 30개 회원국에서 1000만 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하고 장기적인 실업난을 막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용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관론에 대해 일각에서는 9월 고용 부진은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한 금융전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9월 고용보고서의 결과는 일시적인 후퇴로 보는 것이 맞다”며 “경기 회복세에 경보가 울리고 있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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