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25% 삭감? 하토야마 오버하지 마!”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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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선 갈채 받았지만 日 국내선 “자충수” 반발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우레 같은 박수를 받은 이른바 ‘하토야마 이니셔티브’가 정작 자국 내에서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과도한 목표가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개발도상국의 참여 의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만 너무 앞서나가 결국 자충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이날 발표한 하토야마 이니셔티브의 뼈대는 2020년까지 일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가 이처럼 과도한 목표를 제시한 배경엔 급성장하고 있는 환경시장에서 일본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절약기술을 보유한 일본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글로벌 환경산업을 주도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본 내 산업계와 일부 여론은 무리한 감축목표가 일본의 산업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적 방법도 밝히지 않은 채 총선공약을 밀어붙이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산업계는 25% 삭감 목표를 달성하려면 태양광발전을 지금보다 55배 늘려야 하고, 앞으로 신차 판매의 90% 이상을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

하토야마 내각은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2011년도부터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상한선을 정해주고 이보다 많이 배출한 기업은 적게 배출한 기업에서 배출권을 사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정유와 철강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산업은 생산을 줄이거나 막대한 돈을 들여 배출권을 사야 하므로 생산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위인 중국 등이 참여의사를 확실히 밝히지 않은 것도 일본으로서는 우려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날 하토야마 이니셔티브에 환경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유럽은 크게 환영했지만 미국과 중국 인도 등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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