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거래에 세금 부과를” 토빈세 논의 본격화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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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G20서 도입 제안”
美·英선 “실효성 의문” 반대

국제 금융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토빈세(Tobin tax)’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4, 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모든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BBC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불거진 국제금융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토빈세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거액의 단기성 투기자금 규제방안으로 제시돼온 토빈세는 지난달 영국 금융감독청(FSA)의 아데어 터너 청장이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논의가 불붙었다. 이어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이 “금융거래에 0.005% 정도의 세금을 부과하면 연간 300억 유로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를 옹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호아킨 알무니아 유럽연합(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재무장관회의 의장 등도 토빈세 도입에 동조하면서 유럽이 주도권을 잡는 분위기다. 이들 찬성파는 토빈세를 시행할 경우 얻어지는 세수(稅收)로 빈국 지원, 기후변화 대응 같은 국제 이슈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금융산업 비중이 높은 미국과 영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지난주 “토빈세는 한두 국가만 과세에 반대해도 시행하기 어렵다”며 효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현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도 “토빈세는 금융시장 규제의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은행들의 보너스 규제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토빈세가 잘못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토빈세는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자산 가치를 왜곡하고 급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잡지는 스웨덴이 1980년대 모든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거래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다가 유동성 감소 문제로 결국 1991년 이를 폐지한 사례를 들면서 “토빈세가 부과되면 조세회피처만 득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빈세(Tobin tax):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이 1970년대 초 제안한 세금. 당시 브레턴우즈 체제가 무너지면서 투기적 외환거래가 잇따르자 그 폐해를 막기 위해 단기성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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