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금융위기의 교훈을 무시하는 금융회사들이 있다. 정부의 금융감독 강화 법안에 맞서 싸우지 말고 수용하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글로벌 금융위기 1주년을 맞아 뉴욕 맨해튼을 방문해 월가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증권거래소 인근 페더럴홀에서 이날 낮 12시부터 30분간 연설하면서 월가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먼저 1년 전 리먼브러더스의 몰락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동시에 경제가 침체되면서 미국 정부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설명했다. 이어 6월 의회에 제출한 금융감독 강화 법안을 설명했다.
연설이 중반부에 들어서자 오바마 대통령은 강한 어조로 월가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노력으로 금융시장이 정상을 되찾고 있다”며 “하지만 불행하게도 월가에는 현 상황을 오판하고 금융위기에서 교훈을 얻는 대신 이를 무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비를 넘긴 금융회사들이 정부의 금융감독 강화를 비판하며 법 제정을 막기 위해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가 하면 여전히 ‘보너스 잔치’를 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자 포문을 연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이들은 내 말을 분명히 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금융회사들이 감독당국의 감시를 벗어나 무분별한 경영을 일삼고 너무도 많은 사람이 고위험-고수익과 과도한 보너스에 익숙했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금융감독 강화 법안의 의회 통과를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며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당장 정부 정책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를 월가 금융회사들이 얼마나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수백 명의 월가 금융회사 임원들이 페더럴홀을 가득 메운 채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귀 기울였지만 박수 때문에 연설이 끊긴 것은 한 번밖에 없었다. 미 행정부는 6월 △초대형 금융기관들에 대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감시 기능 강화 △소비자금융보호국 신설 △파생상품 감독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금융감독 강화 법안을 미 의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논의조차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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