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중국 師弟’ 달라이라마-카디르 프라하 회동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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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운데)가 10일 체코 프라하에서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과 회담한 뒤 중국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대모로 불리는 레비야 카디르 세계위구르회의 의장(오른쪽)을 하벨 전 대통령에게 소개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궈지셴취도보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운데)가 10일 체코 프라하에서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과 회담한 뒤 중국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대모로 불리는 레비야 카디르 세계위구르회의 의장(오른쪽)을 하벨 전 대통령에게 소개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궈지셴취도보
亞인권행사 참석 우의 과시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74)와 ‘위구르족 대모’로 불리는 레비야 카디르 세계위구르회의(WUC) 의장(62)이 최근 체코 프라하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10일 ‘아시아의 평화 민주 인권’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우의를 과시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가 발행하는 궈지셴취(國際先驅)도보가 14일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번 행사에서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에서 카디르 의장을 소개하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는 등 마치 ‘착한 학생’을 소개하듯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달라이 라마는 카디르 의장이 미국에서 생활한 지 4년이 됐지만 영어가 서툴러 기꺼이 통역을 맡기도 했다. 주체코 중국대사관 측은 두 사람이 이 모임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주최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신장(新疆)사회과학원중앙아시아연구소 판즈핑(潘志平) 소장은 “달라이 라마보다 서방에서 영향력이 낮은 카디르가 달라이 라마 배우기를 하는 것 같다”며 “민주 인권 등으로 자신을 위장해 서방인들의 구미에 맞는 말로 영향력을 키우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번 행사에서도 달라이 라마와 카디르 의장은 마치 ‘반(反)중국 사제(師弟) 모임’과 같은 행동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부터 망명 활동을 하고 있으며 카디르 의장은 위구르 독립운동을 하던 남편을 돕다 국가기밀누설죄 등으로 1999년 구속된 후 2005년 풀려나 미국에 망명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번 행사 중 언론과의 만남에서 “카디르는 비폭력 활동을 지지하는 면에서 나와 완전히 같은 의견이며 그는 위구르족의 자치를 원하지 분리 독립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카디르 의장을 7월 5일 발생한 우루무치(烏魯木齊) 유혈사태의 배후 인물로 지목한 것을 의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카디르 의장은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와 자리를 함께해 대화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카디르 의장이 달라이 라마를 처음 만난 것은 2007년 7월이다. 달라이 라마가 불교 강연을 위해 독일 함부르크를 방문했을 때 카디르 의장이 일부러 찾아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위구르인 인권 및 민주기금회’ 행사에서 만났으며 카디르 의장은 달라이 라마의 활동에 지지를 나타냈다. 올해 카디르 의장이 영문판 자서전을 냈을 때는 달라이 라마가 서문을 써주기도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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