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촉진 中 “오버했나 봐”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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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시멘트-자동차 등 19개산업 과잉생산 걱정

중국 경제에 과잉생산 문제가 다시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온 정부의 투자 확대형 내수 촉진 정책이 과잉생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26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주재로 과잉생산 점검 회의를 갖고 과잉생산 우려가 있는 산업 분야가 3년여 만에 10개에서 19개로 늘어났다며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가 발간하는 경제주간지 징지관차(經濟觀察)보는 “국무원이 과잉생산 대책을 위한 회의를 갖기는 2005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그만큼 심각하다”고 전했다.

국무원 보고는 기존의 철강 석탄 시멘트 섬유 등 분야뿐 아니라 풍력이나 태양력 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지방정부가 마구잡이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에 따르면 철강은 중국 내 소비 수요가 한 해 5억 t가량인데 현재 생산은 6.6억 t가량으로 1.6억 t이 과잉생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도 수요 대비 3억 t가량이 초과 생산된 데다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78.6%나 투자가 늘어나 2억 t가량이 추가로 과잉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업계의 중장기 생산설비 확대 계획도 두드러진다. 창안(長安)자동차가 100만 대에서 200만 대로 생산을 늘릴 계획이며 지리(吉利)자동차는 50만 대에서 수년 내로 200만 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베이징(北京)만보가 보도했다. 올해 8월 5만712대를 판매해 2002년 10월 합작법인 설립 이후 월간 기준 최고 기록을 세운 베이징현대차도 올해 50만 대에서 내년에는 60만 대로 생산설비를 늘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국 내 자동차 업체 생산 규모는 약 1800만 대로 높아지는 반면 판매량은 많아야 1200만 대로 600만 대가량이 과잉생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올 상반기 10대 업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과잉생산에 대비한 대책을 다수 포함시켰다. 베이징대 경제학과 샤예랑(夏業良) 교수는 “생산 과잉에는 정책 결정자들이 시장원리를 존중하지 않고 국공영 기업을 키우고 민간 기업을 억제하려는 성향도 한몫한다”고 비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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