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건보개혁 추진, 클린턴 때와 비교해보니…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8분


‘저항예측 실패’ 닮았지만 ‘설득 리더십’ 달라

■ 美 대통령학 전문가 분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건강보험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건보 개혁은 100년 가까이 끌어온 미국 사회의 오랜 숙제다. 1912년 대선 때 대통령직에 다시 도전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국민 건강보험 도입’을 공약했으나 우드로 윌슨 후보에게 패해 무산된 것을 시작으로 숱한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건보 개혁을 추진하다 좌절했다.

‘2009년 오바마의 도전’ 역시 그 실패의 역사에 에피소드 하나를 추가하는 데 그칠지, 아니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란 수식어에 추가해 ‘미국 사회의 가장 큰 환부를 수술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인지 저명한 대통령학 전문가인 조지타운대 스티븐 웨인 교수의 분석과 전망을 들어봤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건보 개혁 추진이 실패할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크게 3가지 유사점이 있다. 우선 사영(私營) 보험업계의 조직적이고 치밀한 저항이다. 공화당과 의회 내 반대론자들의 주장도 거의 비슷하다. 그들은 정부의 역할 확대를 강력히 반대한다. 의료서비스는 민간 부문에 맡겨야 한다는 게 그들의 믿음이다. 클린턴이나 오바마 모두 자신들이 봉착할 저항의 강도와 크기를 정확히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도 닮았다. 또한 이 복잡한 일과 기타 외교 이슈를 동시에 다뤄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둘 다 대중의 마음을 잘못 읽은 측면도 있다.”

―일반 국민의 다수 의견은 뭔가.

“요약한다면 ‘현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의료비 부담이 너무 크다. 하지만 내가 누리는 의료서비스에는 만족한다. 따라서 내가 받을 의료서비스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떤 시스템도 거부한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 정서는 최근 20년간 거의 변함이 없다. 그런데 두 대통령 모두 초점을 ‘의료비 절감’ 대신 ‘보험 전 국민 확대 적용’에 뒀다. 보험 확대 적용의 주 대상자는 무보험자와 아이들인데, 그들은 사실상 투표를 하지 않는다. 반면 (의회가 신경을 쓰는 투표권자인) 기존 보험 가입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비용 절감이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도 실패의 전철을 밟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의 개혁은 과거와 근본적 차이가 있다. 오바마 정부는 훨씬 더 적극적이다. 클린턴 때 가장 큰 저항세력이던 제약업계와 병원 대표들이 개혁안을 지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클린턴 때는 개혁안을 백악관에서 만들었다. 부인인 힐러리가 태스크포스를 이끌었고 민주당은 개혁안이 의회에 넘어올 때까지 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반면 오바마는 처음부터 의회가 개혁안 초안을 만들어 주도권을 쥐게 했다. 그것은 의회와 대통령 사이에 많은 절충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개혁 추진 리더십을 과거 대통령과 비교하면….

“오바마는 대통령 지위를 국민을 ‘가르치고 설득하는’ 기회로 사용한다. 클린턴도 의회에서 연설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을 만나 토론하며 설득하는 데 오바마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인 대통령은 드물었다. 그게 오바마 스타일이다. 그걸 매우 잘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대중과의 직접 접촉이 포퓰리즘으로 흐를 우려는 없나.

“너무 자주 대중 속으로 들어가면 대통령이 전달할 콘텐츠의 뉴스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그의 건보 개혁은 결과물을 낼 것이다. 그에겐 대선 때 지지자들을 묶은 방대한 지지 조직이 있는데 그들이 곧 나설 것이다. 결국 성공할 것으로 본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