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선 ‘선거부정’ 시비 확산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6분


‘카르자이 압승’ 일부보도 불구
결선투표 등 상황 예측불허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 속에 20일 치러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선거가 선거 자체의 적법성을 의심할 정도로 심각한 선거 부정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아프간 선거민원위원회는 24일 “현재까지 225건의 부정선거 사례를 접수했다”며 “이 중 35건은 사실이라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사진)이 압승을 거뒀다는 다소 성급한 보도도 나오고 있으나 이와 동시에 광범위한 선거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구체적인 주장들도 쏟아지고 있다. 탈레반의 선거방해로 투표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서 카르자이 지지표가 쏟아졌고, 유권자의 10%밖에 투표하지 않은 투표소의 투표율이 40%로 부풀려지는 등 카르자이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가지각색의 방법이 동원됐다는 것.

AP통신은 선거 부정 논란 확산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아프간 전략의 중요한 단계로 생각한 이번 선거를 믿을 수 없게 만들고 △새로운 아프간 정부 구성을 지연시키며 △아프간전쟁에 대한 미국 내 반대여론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누가 승리하더라도 적법성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특히 결선투표가 이뤄진다면 정치적 갈등이 급속하게 증폭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어느 후보가, 어느 정도의 표차로 이기느냐에 따라 아프간 정국은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흘러갈 것으로 분석했다.

먼저 카르자이 대통령의 압승으로 결론난다면 많은 국민은 대선을 강탈당한 것으로 여기게 돼 탈레반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국민 지지를 얻기가 어려워진다.

반면 카르자이 대통령이 51% 정도의 지지로 압둘라 압둘라 후보(전 외교장관)를 근소한 표차로 이기면 성가신 결선투표를 피함과 동시에 선거가 공정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카르자이 대통령이 선거 막판 득표를 위해 끌어들인 군벌 지도자들에게 휘둘리게 되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또 과반 득표자가 없어 실시하게 되는 결선투표는 아프간 사회가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선거 관리 능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선거 과열을 막기가 힘들다는 것. 마지막으로 압둘라 후보 당선 시나리오는 이전에는 없었던 평화적 정권 이양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 발전을 상징하는 대사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프간 최대 민족인 파슈툰족 출신의 카르자이 대통령 측은 타지크족 출신인 압둘라 후보가 당선되면 파슈툰족 거주지역을 근거지로 삼은 탈레반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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