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호주 멜버른 국제영화제 웹 사이트에는 난데없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가 펄럭이고 지난달 5일 발생한 우루무치 대규모 유혈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신장(新疆)위구르족 지도자인 레비야 카디르 씨를 비난하는 문구로 도배가 됐다. 영화제 주최 측이 카디르 씨 관련 기록영화를 상영하겠다고 하자 중국 해커들이 일제히 공격한 것이다. 3억4000여만 명으로 세계 최대 누리꾼을 가진 중국이 ‘해커 강국’으로 변하면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심지어 ‘해커학교’를 통해 수백만 명의 해커가 양성되고 있다고 싱가포르 일간지 롄허(聯合)조보가 31일 보도했다.
○ 예비 해커 수백만 명
○ 전 세계에 맹위 떨치는 중국 해커들
현재 미국과 독일 영국 등의 군과 정부기관은 해킹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중국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은 3월 “중국 해커들이 지난 2년간 동남아 국가들의 외교부 홈페이지 등 세계 103개국에 무려 1200여 개에 달하는 컴퓨터를 안방 드나들 듯했다”며 “심지어 해킹한 컴퓨터에 설치된 카메라로 사용자가 앉아 있는 방의 사진까지 찍었을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국 인민해방군은 1997년 중앙군사위원회 직속으로 ‘컴퓨터 바이러스 부대’를 창설했으며 2000년에는 ‘반(反)해커 부대’를 만들었다.
미국 정보 당국이나 해킹 전문가들은 세계를 더욱 긴장시키는 것은 조직적인 해커집단이라기보다 ‘자발적인 민간 해커’들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최근 멜버른 영화제 홈페이지는 물론 우루무치 시위 진압을 비난한 터키 총리에게 항의하기 위해 주중 터키대사관 홈페이지를 공격했다. 중국의 민간 해커들은 ‘붉은 해커’라는 뜻으로 ‘훙커(紅客)’로도 불리며 80만∼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애국심을 내세우며 반중국적인 기관이나 단체의 홈페이지를 공격하며 ‘인해전술’을 써서 순식간에 마비시키기도 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